자칭, 타칭 포퓰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트레이드마크 공약은 ‘기본소득’이다. 그에게 기본소득을 소개한 스승이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다. 강 교수는 2022년 대선 이후 한 행사에서 “기본소득을 끝까지 띄웠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선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막판까지 밀어붙였다면 기본소득을 잘못 이해해 자신이 받게 될 혜택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 대표 지지로 돌아서 결과가 바뀌었을 거란 주장이다. 그는 다음 대선에서 기본소득 공약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기 위한 실천 과제들을 모색하자고도 했다.요즘 이 대표의 행보는 강 교수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그는 얼마 전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을 앉혔다. 성남시장 시절 무상 교복, 청년 배당, 산후조리원 정책 등 기본소득 설계자로, 대선캠프 정책본부장으로 있다가 부동산 과다 보유 논란으로 물러난 사람이다. 30년 지기 기본소득 동지에게 당 브레인을 맡기고선 연일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번 총선의 가장 자극적 공약이자,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핵심 의제가 된 ‘1인당 25만원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이다.이 대표의 지원금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추진했던 1차 재난지원금과 일견 비슷해 보이나, 디테일에선 사뭇 다르다. 코로나 지원금이 가구당(1인 40만~4인 이상 100만원) 현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이 대표의 지원금은 국민 1인당 25만원씩, 그것도 그토록 집착하는 이른바 ‘지역화폐’라는 지역 상품권으로 주는 것이다. 소득·자산 규모나 취직·실직 여부와
때로는 글자 한 자, 숫자 하나에 목숨을 거는 일이 발생한다. 서구 종교·철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벌어졌던 ‘이오타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희랍어(고대 그리스어) 단어 ‘호모우시오스’(동일한)와 ‘호모이우시오스’(유사한)는 영문자 아이(i)에 해당하는 희랍어 철자 이오타(ι)가 있고 없고만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이 미세한 차이는 예수가 ‘신과 동일한’ 신성(神性)을 지닌 존재인지, 아니면 ‘신과 유사한’ 인간에 불과한지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스펠링 하나를 두고 ‘정통’과 ‘이단’, ‘삶’과 ‘죽음’이 엇갈렸다.데이터 외면한 결정흔히 무지몽매하다고 치부되는 고대 세계에서도 이처럼 작은 차이를 두고 존망을 건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합리성의 시대라는 현대에 객관적 근거가 무시되고, 팩트가 배제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지난달 22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이 소위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소득보장안)의 손을 들어주는 과정도 그랬다. 구체적 숫자에 기반한 경제와 재정의 논리는 들어설 틈이 없었다.시민대표단이 선택한 ‘소득보장안’은 보험료를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게 골자다. 이 안을 적용하면 기금 소진 시기를 2055년에서 2061년으로 고작 6년 늦출 뿐이다. 향후 70년간 누적 적자가 오히려 702조원 더 늘어난다. 2078년 미래 세대는 소득의 43.2%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개악이다.어떻게 이런 결론이 다수결을 거
국토교통부는 올해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초까지 3주간 의견 청취를 받았다. 결과는 의외였다. 전체 이의신청 제출 건수는 최근 5년 새 가장 적은 6368건이었지만, 이 중 81%에 달하는 5163건이 ‘공시가 상향’을 요구했다.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양도세 등 과세표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이의신청자 10명 중 8명이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이번 이의신청자 중 다세대·연립주택 등 이른바 빌라 소유자가 4000여 명으로 많았다. 다세대주택 의견 접수 중엔 96.9%(3563건)가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요구였다.빌라 주인이 공시가 상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내야 할 세금보다 ‘역전세’(이전 계약보다 전셋값 하락) 피해가 더 우려돼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전세 사기 예방을 이유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개편했다. 결과적으로 가입 가능한 보증보험 액수가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줄었다. 예를 들어 공시가 1억원인 주택이 예전엔 1억5000만원까지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했지만, 제도가 바뀐 지난해 5월부터는 보증금 1억26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됐다.그 결과 시장은 초토화됐다. 매매가와 전세가는 동반 하락하고 거래도 잠겼다. 월세를 원하는 세입자와 전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의 간극도 더 벌어졌다. 전국 빌라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국토부 실거래가)은 2021년 34% 수준에서 올 1월 56%대로 급등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보증보험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커지는 것은 전세제도와 빌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