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어둡다"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서 개인파산자도 급증하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일 지난해 개인파산자수가 사상 최고치인 1백4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97년보다 4만9천명(3.6%)이 늘어난 것이며 3년 연속 신기록을 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라경제가 9년째 확장국면을 계속하는 한편에선 쪽박 찬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게 미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다.

개인파산자들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경기호황의 꿀맛에 빠진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마구 썼다가 돈을 갚지 못한 때문.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은행들이 각 개인의 신용상태를 체크하지 않은채
마구잡이 대출에 나선 것도 개인파산자가 속출한 원인이다.

파산자들이 자꾸 늘어나자 미국 의회에서는 파산법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행 파산법이 너무 느슨해 사람들이 너도나도 파산을 신청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일부 의원들은 파산신청 기준을 좀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들의 이같은 파산증가와는 달리 미국 경제의 밝은 부분은
갈수록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작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97년(3.7%)보다
높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선진국들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미국경제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제조업부문의
먹구름까지 걷히고 있다.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가 발표하는 제조업지수는 지난 2월 9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전됐다.

게다가 확장과 수축의 경계선인 50보다 높은 52.4(1월 49.5)를 기록해
제조업 경기마저 확장국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의 1년여 만의 일이다.

이밖에 지난 1월중 건축비와 개인소득 소비지출등도 모두 증가세로 나타나
미국 경제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활황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