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중심부 스탠퍼드 대학앞 카페.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갓 졸업했을 듯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맥주
한병 씩을 들고 토론에 열중이었다.

주제는 "사업 아이디어 사냥".

창업정보를 나누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장면이었다.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가 붐을 타면서 창업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이곳 관계자들의 얘기다.

젊은이들의 창업열기가 바로 미국경제를 "인플레 없는 고성장"의 신화로
몰고가는 원동력이다.

미국이 "벤처 강국"으로 등장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경제교육"이 그 바탕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민간교육 단체인 주니어 어치브먼트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단체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관련 교육프로그램
을 각 학교에 제공한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는 "이웃들이 어떻게 사는가"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상점 은행 변호사사무실 등 주변에서 일하는 경제 주체들의 업무를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설명한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회사설립 프로그램도 있다.

자금 모집에서 주식발행, 기업등록, 상품조달 및 판매 등 창업과정을
실제로 연습한다.

6개월간 회사를 운영한 뒤 프로그램이 끝나면 회사를 청산해 이익을 배당
하기도 한다.

미국 경제교육위원회라는 민간단체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방법을
컨설팅한다.

여기에는 각 분야의 베테랑들이 참여한다.

교육을 받은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책속의 경제"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경제"를 가르칠 수 있다.

대학에서의 창업교육은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창업과정(비즈니스 클라스)을 운영한다.

교수와 학생이 혼연일체가 돼 벤처사업에 나선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는 "벤처 아이디어 콘테스트"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게 한 스탠퍼드 대학생의 설명이다.

이 대회에서 입상한 아이디어에는 투자자금이 몰린다고 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이같은 경제교육은 벤처기업 창업의 토양이 되고 있다.

미국의 창업 붐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학원으로 전락한 한국의 학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 샌프란시스코=한우덕 국제부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