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원에 이어 24일
하원 금융위원회에도 출석했다.

전날 상원에서의 증언이 금리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이날은
목표환율제 도입, 아르헨티나의 달러화등 국제경제의 다양한 이슈들이
토론됐다.

금리에 대해서는 무게중심이 인상쪽에 실리는 듯했다.

다음은 증언요약.

<>목표환율제=도입에 반대한다.

미국 재무부의 공식입장과 동일하다.

환율안정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것보다 국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제금융 시장은 과거와 달리 엄청난 규모의 속도로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목표환율을 설정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한다.

<>아르헨티나 달러화 도입= 궁극적으로 아르헨티나가 결정할 문제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미국 달러를 통용화폐로 도입한다고 해서 FRB가
아르헨티나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다.

FRB의 통화정책은 항상 미국경제만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며 따라서 FRB는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국가가 FRB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달러를
법정통화로 도입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과거 파나마와 라이베리아가 그런 경우다.

<>원자재가격과 디플레 가능성=원자재 가격의 급락으로 인플레보다는
디플레 우려가 높다는 의원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은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

현재로서 미국의 디플레 가능성은 없다.

원자재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물가지표로서의 원자재 가격 역할도 많이 퇴색한 상태다.

<>미 금융정책=FRB가 금융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자칫 경제상황을 왜곡시키는 등 적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책 효과를 고려하면 수시로 금리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최저임금과 CEO연봉=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인플레 촉발 위험이 있어
반대한다.

노동시장이 "타이트(tight)"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임금수준이 묶여있는 일반 근로자들과 달리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에 문제가 있다는 의원들의 질문도 일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동감을 표시한다.

주주들이 CEO들에게 일반 근로자 평균 임금의 2백배에 달하는 연봉을
주는 것은 낭비다.

CEO들이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비해 연봉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정부가 개입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