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이 최악이었던 지난해에도 수출업체는 대부분 활짝 웃었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상승, 수출경쟁력이 되살아난데다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역시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반도체 선박 철강생산 업체들은 환율상승으로 생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포항제철은 98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54%가량 증가한 1조1천2백억원을
기록했다.

포철 관계자는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내수시장에서 판매가 감소했지만
IMF사태 직후 수출영업을 강화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반도체 수출가격 회복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많은
3천억원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중공업도 선박수출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1천7백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익규모는 전년보다 80%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7백억원을 웃도는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업체들은 이미 2000년말까지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조선업체들은 IMF사태직후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수출과정에서 엄청난
환차익을 봤다.

LG전자 삼성전관 등도 해외영업이 활기를 띠면서 1천억원이 웃도는 순수익
을 올려 경제한파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물론 수출업체중에서도 중국 및 동남아지역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업체
등은 수출시장의 수요감소로 수출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외환위기의 확산으로 수출대상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수출전선에 뛰어들며
수출입국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미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의류 봉제 등 섬유제품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나
지난해말부터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이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시멘트 철근 등 내수업종도 수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가 환율안정으로 수출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도 수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마련한
수출상담회에서 바이어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정도였다.

지난 한햇동안 기업들은 수출입국의 자화상을 상기시키며 달러를 버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달러를 획득해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경영수지도 개선하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확대 노력이 지나치게 싼가격에 의존한 수출전략이라는
반성의 소리가 적지 않다.

따라서 수출기업들은 생산제품의 질을 한단계 높이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수출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