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시세가 급락하고 있다.

연초 유로당 1.166달러의 기준환율로 외환시장에 첫모습을 드러냈던
유로화는 22일 런던시장에서 유로당 1.0975달러까지 떨어져 5% 이상
하락했다.

23일엔 유로당 1.10달러를 웃돌아 다소 시세를 회복하기는 했으나
달러에 필적하는 단일통화로서의 위용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지난 연초 유로화의 화려한 등장을 떠올리며 "유로
포리아(euro-phoria)는 환상이었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지경이 됐다.

유로화가 이처럼 부진상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미국 경제의
초호황과 이에 대비되는 유럽의 초라한 경제실적이다.

지난 20일 독일 본에서 열렸던 G7재무장관 회담은 유로권의 올해
경제성장율 전망을 당초 예상치 2.6%에서 2.0%로 낮추었다.

경제의 펀드멘틀이 좋지 않은데 화폐가치만 올라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로화 가치를 뒷받힘하고 있는 독일경제는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 0.6%의 성장율을 기록했고 올 1월 실업율은 11.5%로 치솟았다.

"유로권 산업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경제의 부진이 유로화 약세를
촉발하고 있다"고 프루덴셜 증권의 캐디존스는 분석했다.

여기에 유로권 금리 인하 논쟁도 가세해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한스티트마이어 분데스방크
총재등의 요구는 "당분간은 금리를 내릴수 없다"는 빔 뒤젠베르크
ECB총재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뒤젠베르크 총재는 "금리를 내릴 경우 자칫 통화가치 하락만 초래할
뿐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가 먼저"라는 개별 국가들과 "유로화 가치유지가 먼저"라는 ECB간에
갈등만 노정되어 있는 양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의 유로화 약세엔 유럽적 요인보다는
초호황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적 요인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의 시세움직임 역시 미국 금리등 달러측 요인이 결정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도 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