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인 (주)이지텍(회장 김의국)이 1억8백만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회사의 외화유출액은 지금까지 적발된 사례 가운데 단일 건수로는
최대규모인데다 은행권자금까지 물린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관세청은 22일 "이지텍이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회사와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꾸민뒤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수법으로 외화 1억8백만달러를
밀반출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이날 주범인 재미교포 김의국(37)씨와 김성현(34) 임대경(36)씨
등 5명을 외환관리법과 관세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범행수법 =이지텍은 지난 97년 미국 소재 (주)이지씨인터내셔널로부터
컴퓨터 메모리 반도체(RAM) 등을 수입, 캐나다의 스타텍사로 수출하는
것처럼 꾸몄다.

중개무역을 가장한 것.

이 과정에서 국내은행에 신용장을 개설, 수입대금은 즉시 결제하고 수출대금
은 외상조건으로 계약한후 회수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조사결과 이지텍은 지난 97년 8월부터 11월까지 넉달동안 집중적으로
외화를 밀반출한뒤 같은해 12월 13일 부도를 냈다.

<>어떻게 검거했나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한 건 지난해 10월.

관세청은 이지텍의 전산분석자료를 분석, 국내 외국환은행을 통해 외국에
수입결제대금으로 지불된 금액과 실제 세관에 수입신고한 금액을 비교했다.

중개무역을 포함한 세관 수출입신고사항과 은행을 통한 수출입대금의 지급,
영수상황을 조사한 결과 나간 돈은 많은 반면 들어온 돈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디가 구멍인가 =거래은행들은 이지텍이 내놓은 가공매출 자료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신용장 개설 한도를 대폭 늘려줬다.

가공매출 계상을 위해 관계회사간에 주고받은 컴퓨터관련 부품이 전혀
쓸모가 없는 쓰레기 RAM이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지텍은 현재 1천3백억원 규모의 은행권 부채를 지고 있는데 이 자금중
상당액이 고스란히 해외로 빼돌려 진것으로 추정돼 금융권으로 불똥이 뛸
가능성이 높다.

S은행 등 15개은행이 이 회사의 채권단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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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텍 어떤회사? ]

이지텍은 전자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생산전문업체.

지난 96년 11월 미국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업체인 EZC인터내셔널과
동업관계인 EZC코리아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상호가 "한일써키트"에서
현재의 이지텍으로 변경됐다.

경영다각화에 실패, 지난 97년 12월13일 부도처리됐으나 지난해 9월30일
법원으로 부터 화의확정인가를 받았다.

이 사건의 주모자인 김의국씨는 서울의 모 여상 이사장인 김모씨의 장남으로
80년대초 도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컴퓨터 관련 유통업체인 이지씨
인터내셔널(EZC INT"L)을 경영하면서부터 업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김씨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회사들의 실질적인 오너로 부도직전까지 한국에
자주 드나들었으나 부도이후 잠적한 상태다.

< 대전=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