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이어 파키스탄이 수출대금 지불연기를 공식 요청해 오는 등 무역
업계에 수출대금 회수 비상이 걸렸다.

외화부족으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된 나라가 늘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지금까지 파악된 미수금만해도 모두 4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2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이란에 이어 파키스탄 정부가 지난 1월 수출대금
지급 연기를 공식통보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파키스탄은 외화부족을 이유로 국가공공채무의 리스케쥴링(상환일자조정)을
협의하는 국제기구인 파리클럽을 통해 우리 재정경제부에 공공채무를 2년
정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이 가운데 무역업계의 수출미수금은 LG상사 삼성물산 (주)쌍용 등 3개사
3천5백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97년 이전에 파키스탄에 연불수출 방식으로 통신케이블 공사를 해주고
아직 지불받지 못한 대금이다.

또 (주)대우는 파키스탄에 고속도로를 건설해 주고 아직 3억달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 고위관계자가 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해 대금 상환을 요청했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현금대신 공기업을 넘겨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상사들은 파키스탄이 현재 공공채무에 대해서만 상환연기 요청을 해
왔으나 앞으로 민간부문도 상환연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상사의 관계자는 "한국과 파키스탄은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민간부문 상환연기 조치가 취해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현명관 삼성물산 부회장, 정재관 현대종합상사 사장, 장병주
(주)대우 사장, 이수호 LG상사 사장 등 7개 종합상사 최고경영자들은 12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 초청 간담회를 갖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상사 대표들은 특히 파키스탄 수출대금을 국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미리
지급받아 이미 제조업체에 지불한 상태에서 수출입은행이 즉각 상환을
요구해 와 애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상사들은 파키스탄 수출분에 대해 수출보험공사에 달러당 7백60원
수준에서 보험을 들었는데 수출입은행 요구대로 대금을 갚을 경우 달러당
1천1백80원 환율로 갚아야 돼 앉은 자리에서 1백50억원가량의 환차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대중국 수출 미수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재관 현대종합상사 사장은 이날 "미수금과 관련해 중재재판소나 법원에서
승소해도 중국 수입업체들이 "배째라" 식으로 나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으로 수출하고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은 코오롱상사 (주)대우 등
7개사의 철강수출대금 1억6백만달러를 포함해 2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도 중앙은행총재 명의로 최근 (주)대우 등 16개 기업에 1억1천8백만달러
대금을 18개월간 상환 연기해 주거나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원유수입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제공하고 이 자금으로 수출대금을 갚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이와관련, 이란 외무장관이 오는 18일 방한해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장관
등과 만나 이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란외에 중동국가들도 원유가 하락에 따른 외화조달 차질로 수출대금
미회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주정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브라질도 30개사가 4천6백만달러의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M교역이 식품수출대금 80만달러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등 러시아 수출
미수금도 부산지역 업체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확산으로 마음놓고 수출할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출대금 결제 리스크(위험)를 줄여 주는
것만이 올 2백50억달러 무역흑자를 달성할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