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출범한 서울보증보험이 자금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미루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말을 기준으로 중소기업들이 서울보증보험으로 부터
받지 못한 보험금액이 모두 1만6백4건에 4천4백64억원이며 대기업까지 합하면
6만3천2백32건에 1조1천7백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대로 가면 오는 5월에는 신규보증 및 보험금지급이 전면중단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금부족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자 기협중앙회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공적자금 투입, 예금보험공사 출자 및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매입 등 종합대책을 긴급요청했다. 관계당국도 다급한 사정은 알지만 재원
부족 및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자금지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의 몇가지 이유에서 관계당국의 신속한
지원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자금지원이 늦어지면 보증업무가 마비돼 신용경색이 악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보증보험 이용잔액은 1천4백23만건에 71조원이나 된다. 보증업무 내용도
금융기관 대출 뿐만아니라 각종 공사 및 납품, 원자재구매, 할부판매에
보증을 서주거나 기업이 제공한 담보여력을 보완해주는 등 다양하다.
따라서 보증업무가 마비될 경우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실물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음으로 지금처럼 보험금지급이 미뤄지면 금융기관의 생명인 신용이
떨어져 서울보증보험의 존재이유 자체가 의문시된다. 기협중앙회의 자료는
벌써부터 일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서울보증보험의 보험증권을 받지 않고
대신 대체담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보험증권을 받지 않는 기업 비중이
전체의 약 20%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자금지원이 제때 안돼 보증
보험이 유명무실해 진다면 지난해말 보증보험사에 대한 구조조정작업이
실패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당연히 새로운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정책당국이 1조~2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우선
서울보증보험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려놓은 은행들이 정작 기업대출을 꺼리고 금융기관간 거래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자금지원 효과는 은행에
대한 지원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무조건 자금지원을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그동안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추궁 및 경영개선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의
순서는 기능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이 먼저이며 경영개선은 그다음 일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