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양국간 힘겨루기가 무역분쟁에서 통화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미국.미국은 일본이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 접촉을
갖고 일본이 보다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게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이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금융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세가지 주요 핵심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거들었다.

이는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담당 보좌관들의 대일 경제정책 포커스가
과거 10여년간 추구해온 대일 재정적자 압박정책에서 통화정책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어 일본이 통화정책을 완화한다면 논리적으로 당연히 일본은행에
대해 일본의 국채매입을 늘리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늘릴 경우 시중에 엔화공급이 확대될 것이며
결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구매력이 살아날 것이라는게 미국측 주장이다.

물론 일본은 발끈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발언이 심히 불쾌한 내정간섭적 발상이라는게 일본의
반응이다.

나아가 일본은 미국이야말로 일본 국채를 적극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어려웠던 지난 80년대 일본이 미국채(TB)를 대량으로 사주었는데
이제 그 은혜에 보답하라는 것이다.

정부 대변인인 노나카 히로무 관방장관은 "일본은 과거에 TB를 매입하면서
미국 경제회복에 기여했다"며 "미국은 일본의 금융사정이 어려운 지금
균형감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