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khwang@aaww.com >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많은 기업들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외국자본을 유치하고자 애를 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반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회사의 경영자로 부임했을 때, 한국에 주재
하고 있던 다른 외국인으로부터 대뜸 이런 충고를 들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한국을 아는데 1년, 받아들이는데 2년, 함께 일하는데 3년이 걸렸다"

또 어느 회사원은 가족과 함께 외국 할인매장에 들렀을 때, 초등학교 아들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아빠, 선생님께서 외국계 매장에는 가지 말라고 그랬어요.

우리나라 가게에만 가래요.

저는 안갈 테니 아빠만 갔다 오세요"

그 회사원은 외국 할인점이지만 판매하는 물건이 대부분 국산품이라고 거듭
설명했으나, 결국 아들을 차에 남겨두고 쇼핑을 서둘러 마쳤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정서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배외감정에 근거함이 아닐까 한다.

우리네는 외세의 압박에 시달렸던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에 일부 수긍하는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외국인들은 결코 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세계의 유수한 평가기관들이 한국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때에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이란 나라가 투자하기 어렵고 적응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갖게 해서 우리에게 이익될 것이 있을까.

예전에 우리나라 기업이 프랑스의 톰슨사를 인수하려 했을 때, 프랑스 언론
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인수에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우리가 느꼈던 배반감을 상기한다면 오늘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외국자본을 우리나라에 끌어 들일 수 밖에 없다면, 무조건적인 아집
과 편견에 의한 배외감정은 어떠한 장벽보다 더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버릴수록 좋은 것이 있다면 과감히 버릴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