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2시 부산항 제3부두.

1일 세관원으로 나선 엄낙용 관세청장이 밀수 순찰용 패트롤카를 타고
나타났다.

수은주는 영하 5도지만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훨씬 밑돌았다.

동행자는 양승만 부산세관장과 기동순찰반 안병윤 반장(7급), 강화구씨
(8급) 등.

엄 청장은 안 반장의 안내에 따라 방금 도착한 배에서 하역한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벤치로 개봉했다.

컨테이너안에는 감자가 가득했다.

하지만 "박스와 마대로 나눠져 실린게 의심스럽다"는 안 반장의 말에 따라
마대와 박스를 열어봤다.

그러나 감자만 확인.

엄 청장은 이어 감자가 가득찬 컨테이너안으로 낮은 포복하듯이 기어
들어가 컨테이너 앞부분의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 이상무.

엄 청장이 담당 직원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밤새 밀수 패트롤에 나선 것은
3일 저녁 6시.

"하룻동안의 동료"가 된 패트롤 멤머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시작
으로 "강행군"에 돌입했다.

그는 정박중인 선박에 올라 구석구석을 살피는 한편 <>통선장에서 외항선원
소지품 확인 <>해상순찰 <>기동감시활동 등을 펼쳤다.

아침 9시 교대까지 꼬박 15시간 근무.

새벽 3시부터 3시간 가량 가면이라 불리는 휴식을 취한게 고작이다.

안 청장의 1일 세관원 체험은 현장과 본청간 간극을 좁혀 수요자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

대민부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 개선책을 내놓는게 바로 관세행정의
출발이 된다는 뜻에서다.

직원들도 "순찰차가 부족하니 늘려 달라" "본청 근무원칙이 뭐냐"는 등의
애로사항과 질문들을 내놔 엄 청장의 현장체험 의도에 화답했다.

엄 청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달말 김포세관에서 휴대품 검사 및 유치품
통관업무에 나서는 등 매달 한곳씩 일선세관에서 1일 세관원 체험을 하기로
했다.

현장위주의 개혁마인드가 일선 세관으로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엄 청장은 "현장체험을 통해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국가의 관문을 지키는게 세관원인 만큼 그에 걸맞는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부산=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