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대구고검장의 1.27 검찰수뇌부 사퇴요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항명파동" 이틀째인 28일 일부 소장검사들이 동조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민 사회단체까지 가세, 검찰수뇌부 교체 등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심 고검장에 대해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하는 등 사태 조기
수습에 나섰다.

검찰은 내주초 박상천 법무부장관 주재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심 고검장을
면직시킬 방침이다.

박 장관은 징계에 앞서 직권으로 심 고검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려 고검장 직무권한을 박탈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정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원리원칙대로 대전법조비리
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며 "일선 검사들은 흔들림없이 업무에 충실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총장은 이어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 내부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검찰내부의 반발을 감수
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 검사들이 수뇌부의 무차별적인 사표제출 종용에
반대하는 등 심 고검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심 고검장의 발언에 대해 "검사 선배로서 할말을 했다" "속시원하다"
는 평을 하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소장파 검사는 "전별금과 떡값문제에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나
잘못된 관행을 큰 범죄인 것처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마녀사냥식으로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검찰 수뇌부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시민 사회단체는 이날 심 고검장의 검찰수뇌부 퇴진주장과 관련, 집회와
성명 등을 통해 검찰수뇌부 물갈이와 철저한 사법개혁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축소수사와 지지부진한 사법개혁의 책임을 물어 검찰총장의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이날 집회참석자들은 "법조계 위신 추락의 근본원인이 법조계 내부에 있다는
심 고검장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검찰과 사회개혁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검찰수뇌부를 새롭게 구성해 깨끗하고 독립적인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검찰총장은 심 고검장의 돌출 발언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관례로 치부된 법조계의 촌지와 향응도 과거청산 차원에서 일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검찰 내부의 진실이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아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뒤
"심 고검장의 양심을 믿는다면 그의 지적대로 권력의 시녀인 검찰수뇌부는
퇴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뇌부사퇴를 요구한 심 고검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대구고검에
정상출근한 뒤 측근을 통해 "자신의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심 고검장은 일체 외부인사 및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고검장실에서
하루종일 칩거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