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꼬박꼬박 냈던 연금을 찾을수 없다니 말이나
됩니까"

인천에 사는 안모씨(37)가 씩씩거리며 이코노탐정 사무실에 들어왔다.

"일단 진정하시고 사정부터 말씀하시지요"

한경일 소장은 녹차를 대접하며 안씨의 사연을 들었다.

"지난해 2월 부도를 당한 회사를 그만둔뒤 7개월가량 놀다가 고향에서
친구와 장사를 시작했지요. 그 땐 여유도 있었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의무적
으로 내야한다고 해서 10월분과 11월분을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그뒤 장사가
안돼 가게를 정리하고 인천으로 이사해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8년부터
납부했던 연금보험료를 청구하려니까 국민연금공단에선 못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안씨의 하소연을 듣고 있는 동안 전화벨이 울렸다.

"3월달에 이민가려는 사람입니다. 지난 87년부터 대기업을 다니다가 지난해
4월 중소기업으로 옮겼습니다. 이민자금이 모자라 반환일시금을 찾으려고
공단지사에 갔는데 받지 못했습니다"

한소장은 최정예탐정과 신바람 탐정을 불렀다.

"오는 4월 도시지역 주민에게도 국민연금제도가 확대적용됨에 따라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새 제도시행과 관련한 공통 관심사들을 파헤쳐 봅시다"

최탐정은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에 들러 국민연금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문의, 요지를 정리했다.

정부는 88년1월부터 사업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처음 국민연금제도를 실시
했다.

95년 7월1일부터 농어촌지역과 농어민들에게 이 제도를 확대했다.

올 4월부터는 도시지역 주민에게까지 확대 적용, 전국민이 국민연금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입대상은 18세이상 60세 미만의 국민.

다만 23세미만의 학생이나 군복무로 소득이 없는자, 공무원연금등 공적
연금 가입및 수급자, 전업주부 등은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한소장은 같은 시간 가입자가 희망하는데도 연금보험료를 왜 돌려주지
않는지 국민연금공단의 전계휴 이사장을 만나 물어보았다.

"반환일시금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선진국에는 아예 없지요. 당초
국민연금이란 전국민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한뒤 가입자가 나이를 들어
은퇴하거나 예기치못한 장애, 사망등으로 소득능력을 잃었을때 본인과
유족이 연금으로 생활할수 있도록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입니다.
따라서 중간에 납부한 돈을 되찾게 허용한다면 도입 취지를 살릴수 없지
않겠습니까. 정부도 전국민연금시대 개막을 계기로 올해부터 직장을 퇴직한
국민에게 반환일시금을 주지않기로 한 것이지요"

한소장이 전 이사장과 면담을 하는 동안 최탐정은 공단 연금급여실
(02-2240-1241~7)을 찾아갔다.

"올해부터 연금가입 자격을 잃은뒤 1년이상 지나더라도 반환일시금을 주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씨의 경우 지난해초 퇴직한만큼 반환일시금
지급대상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김선규 차장이 설명했다.

"반환일시금이란 가입기간중에 납부했던 연금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되돌려
주는 청산적 성격의 급여입니다. 올해부터 노령연금을 받을수 있는 가입기간
이 종전 15년이상에서 10년으로 낮춘만큼 이를 지급할 이유가 없어졌지요.
안씨의 경우 인천으로 이사해 소득없이 지낸다해도국민연금 의무가입지역인
농어촌에서 지난해 소득활동에 종사했던만큼 반환일시금을 줄 수 없습니다"

"이민희망자는 반환일시금을 받을수 있나요?"

"개정 국민연금법에 따라 반환일시금은 세가지 경우에 한해 지급됩니다.
우선 가입기간 10년미만인 사람이 60세가 되면 줍니다. 가입기간 10년미만인
자가 국적을 상실하거나 국외로 이주해도 해당되지요. 가입자가 사망해도
지급됩니다. 따라서 가입기간이 10년이상인 사람이 이민을 가면 60세가 될
때부터 노령연금을 받게 됩니다"

신 탐정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지 10년이상인 최모(58)씨의 경우 조기노령
연금을 얼마나 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최씨는 연령 및 가입기간 조건(55세.10년이상)을 충족한만큼 생전에 매월
19만3천5백70원의 조기노령연금을 탈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도입된 분할
연금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야합니다"

신탐정은 김차장의 설명을 듣고 최탐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탐정은 전화를 받고 연금재정과를 방문했다.

"분할연금이란 용어부터 생소한데요"

"그럴거예요. 연금을 받을수 있는 배우자와 이혼했거나 이혼후 배우자가
연금수급권을 취득한 경우 혼인기간에 해당되는 연금액을 이혼한 부부간에
절반씩 나눠 받는 제도입니다"(장옥주 과장)

"노령연금과 분할연금간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분할연금을 받을수 있는 사람에게 노령연금수급권도 발생했다면 이중 하나
만 선택해야합니다. 만약 배우자가 2회이상 결혼해 분할연금수급권이 2개이상
생겼다면 모두 합쳐 받게 되지요"

한소장은 조사내용을 토대로 의뢰인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한뒤 한마디했다.

"고소득 직장여성 2명과 결혼한뒤 이혼하면 노후에 "화려한 싱글"이
되겠는데"

"이혼위자료는 계산하지 않습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안탐정의 응수가 이어졌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