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서 가장 높은 산은 운산면에 있는 가야산이다.

이 산자락 바위 한모퉁이에 새겨진 마애삼존불(국보 84호)은 파격적인 양식
으로 한국문화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본존상인 여래입상(높이 2.8m)과 보살입상(1.7m), 반가사유보살상(1.6m) 등
3개의 불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삼존불의 가장 큰 특징은 특유의 미소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입술을 드러내면서 눈을 크게 뜨고 뺨을 한껏 부풀린 모습의 여래입상
은 백제인의 전형적인 미소를 보여준다.

그것은 신라의 속깊은 미소와는 분명하게 다르다.

그 미소속에는 침묵이 있고 침묵속에 사랑과 자비가 깃들어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이 불상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미소짓는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불자들사이에선 자신과 똑같은 심정으로 얘기해주는 불상으로
통한다.

전체적으로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기법으로 신체의 굴곡을 부드럽게 처리한
솜씨도 일품이다.

부처의 옷이 무겁게 보이지만 활달하면서 유려한 주름이 새겨진 것도
독특하다.

반가사유보살상과 보살입상에도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이 잘 나타나
있다.

오른손을 턱에 대고 오른다리를 왼다리 무릎위에 걸친 반가보살상은 청순한
웃음을 띄고 있어 인상적이다.

보살입상은 상반신을 벌거벗은채 목걸이만 걸치고 있는 특이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