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약국에서 판매가표시제가 시행된다.

소비자들은 이제부터 가격과 효능을 비교, 약을 살수 있게 됐다.

약사가 일방적으로 권하더라도 당당히 노(NO)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히트제품이 나오면 너도나도 모방제품을 만들곤 했다.

제약업계는 모방제품을 저가로 약국에 투매, 스스로 채산성을 떨어뜨렸다.

또 이들 의약품 가운데 의약품 허가요건은 채웠어도 나쁜 원료를 쓰는 등
품질이 미덥지 않은 것도 적잖았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A제약사의 영업담당임원은 "판매가표시제 실시로 제약업체간 가격견제가
심해지면 같은 효능의 의약품이라면 가장 싸게 출하된 제품으로 가격이 하향
통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같은 값이라면 유명메이커 유명브랜드의 의약품을
선택하게 돼 무명메이커 무명브랜드의 퇴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사 후발제품이 초저가격으로 나온다해도 의약품은 경제성보다는 신뢰성
치료효과 등의 절대적 가치에 의해 선택되기 때문에 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특히 의학지식 및 건강정보의 보급으로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진 것도
무시할수 없는 요인이다.

제약사들은 이제 일류브랜드 유지와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1등 신제품과 이에 대적할 2등 제품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열등 후발제품은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에서다.

이를 위해 많은 제약사들이 긴축예산에도 불구하고 광고및 홍보예산을
작년보다 1백% 가까이 늘려 잡고 있다.

의약품 도매상의 기능도 크게 약화될수 밖에 없다.

도매상들은 그동안 제약사와 병원 및 약국간에 가교노릇을 하며 가격결정
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판매가표시제로 인해 유통주도권을 대형약국 약국체인망 외국유통
업체에 빼앗긴 처지가 됐다.

도매상을 제끼고 공동다량구매를 통해 의약품을 구입해야만 경쟁력을
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매상의 물류및 배송기능도 위축될 전망이다.

스위스 외자업체인 쥬릭을 비롯해 CJ-GLS(제일제당 계열) 동원산업 용마유통
(동아제약 계열) 등은 시장점령을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짜놓았다.

스위스 쥬릭은 이미 동남아시장을 60%이상 잠식했다.

CJ-GLS는 의약품물류 대행업체를 지향한다.

작년 4개사의 의약품을 취급했으나 올해에는 20개소로 확대시켜나갈
계획이다.

동원산업도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삼양사 애경과 손잡고 물류대행업체
"레스코"를 설립, 의약품물류 투자에 나섰다.

도매상은 의약품가격의 거품이 빠지자 외형과 거래량이 줄고 있다.

도매업계 일각에서는 가격파괴로 부실채권이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매상들은 생존전략을 짜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약품물류조합을 재조직하는 한편 대형제약사와 짝짓기를 통해 이 고비를
넘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 정종호 기자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