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공동 정권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합의 당사자인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나서 "담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전날 내각제 연기론을 피력해 자민련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18일엔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내각제의
공론화 시기는 늦춰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어제 청와대 관계자가 내각제 논의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돌출발언이 아니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견해를 집대성한 것"이라며
청와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내각제 문제는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가 풀어야 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도 확실하다"면서도 "경제난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론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이원집정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그
문제는 손도 올려놓지 않았다"며 내각제는 물론 다른 정치제도에 관한
문제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민련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내각제와 관련해
우리 당이 마땅히 밟아야 할 절차와 방법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면서
내각제 개헌 공론화 작업을 강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박태준 총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언행이 좀더 신중해져야 한다"
며 불쾌감을 표했다.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청와대측의 "경제난 우선 해결" 주장에 대해 "내각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위기국면을 해소
하기 위해서도 내각제 문제에 명확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19일 김 수석부총재 주재로 제2차 내각제추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그동안 검토된 자체 내각제안을 잠정 결정, 적절한 시기에 국민회의측에
공식적으로 양당 내각제 추진위 구성을 공식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종필 총리는 내각제 연기론에 대해 침묵과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내각제 연기론에 관한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했으나 총리
께서 현재까지 아무런 말씀도 없었고 불쾌해하는 표정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 총리의 무반응에 대해 주변인사들은 김 대통령과 두 차례의 독대를 통해
사전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거나 아니면 지금은 내각제 문제로 김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내각제가 이미 공론화된 이상 김 대통령이 먼저 "실타래"를 풀 것을 기대
하고 있는 것이 김 총리의 입장인 것 같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대국민 공약까지 한 사안을 논의하자고 꺼내는 것 자체가 김 총리는 내키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19일 있을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간의 독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