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건축문화의 해] 이광노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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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시대상을 가장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의미
에서 건축가는 문화의 창조자다. 왜곡된 건축문화를 바로잡고 건축의 위상을
높이는데 진력할 계획이다"
''99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장 이광노(71)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해들어
각오가 남다르다.
문화관광부가 정한 ''건축문화의 해''인 올해가 그 어느해보다도 바쁘고
보람찬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올 한햇동안 건축의 문화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21세기 한국 건축문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계획이다.
건축의 문화성과 예술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그를 서울 중구 태평로
개인연구실에서 만나봤다.
-----------------------------------------------------------------------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회가 구성된 경위는.
"문화관광부가 지난 91년부터 매년 무용 국악 등 특정 예술분야의 해를
선정,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건축도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지정된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 건축문화를 재정립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조직위원회는 건축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인 대한건축학회 대한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각각 추천한 4~5명의 조직위원들로 구성됐으며 건축
박람회(EXPO) 등 각종 사업을 주관할 예정이다"
-조직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직위가 펼칠 사업의 기본방향은 4가지로 나눠진다.
새 천년에 대비한 밀레니엄 사업의 방향 제시, 한국 건축문화의 위상 정립,
국민들과 함께하는 건축문화운동 전개, 건축문화 자산을 관광산업화하는 것
등이다"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밀레니엄 사업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것을 상징
하는 기념조형물 건립, 건축 자료의 발굴 수집 보존을 통해 우리나라 건축의
모든 것을 담는 정보센터와 전시기능을 갖춘 "건축문화 자료관" 건립준비가
대표적이다.
또 건축문화의 위상 정립을 위해서 한국 근.현대 건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 현대건축 1백년" 전시회를 열고 세계건축양식의 흐름과 동서양의
건축문화 비교평가를 통해 우리 건축문화의 좌표를 살펴보는 "동서양의
건축문화 국제심포지엄"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건축문화 강좌, 문화도시에 맞는 문화공간 기준 지침서 작성, 문화의 거리
조성, 내가 가꾼 우리마을 콘테스트 등을 통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건축을 일상속 문화운동으로 확대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건축문화 관광화사업도 중요할텐데.
"전국의 건축문화 자산과 역사적 장소를 조사.정리하고 건축문화의 이해를
위한 건축문화 기행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0월께 문을 여는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컨벤션센터에서
이상적인 국내외 주택 모델과 최신 건축자재를 전시하는 건축박람회를
개최, 건축문화 선진화에 일조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주거문화는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
"지난 70년대 이후 개발과 성장논리에 밀려 제대로 된 주거문화가 정립되지
못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주민들의 쾌적한 삶보다는 고층 아파트를 세우기
에만 급급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 중소도시도 마찬가지였다.
태백과 영월같은 조그만 도시에 15층이상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환경도 생각하고 삶의 질도 높이는 방향으로 주거문화가 재정립돼야
한다.
이를위해 인구 20만명을 수용하는 규모의 이상적인 도시계획 모델을 올해안
으로 만들겠다.
분당 일산 등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기존 신도시와는 달리 생활기반과 각종
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도시모델이 제시될 것이다"
-서울처럼 가용용지가 부족한 도시에서는 고층아파트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지.
"고층아파트도 자연과 조화롭게 설계되면 그 자체로서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에 들어선 고층아파트는 미적 감각보다는 좀 더 많이 지어
돈을 벌겠다는 경제성이 우선시돼 너무 획일적이다.
과거 미국이나 영국에서 지어졌던 고층아파트가 슬럼화됐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
-잠실 등 저밀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점은 없는지.
"개발연대에 지어졌던 아파트들이 노후화돼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
이다.
하지만 재건축만이 능사가 아니다.
주민과 함께 더 편안하고 안락한 아파트로 개조.수리하는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경제성 때문에 지은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를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을 예술로 보지 않고 건설의 일부분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건축(Architecture)은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된 종합예술
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우리 건축문화는 성장논리에 밀려 단순히 건설이나
기술의 일부로 인식돼 왔다.
건축가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싼값에 많은 물량을 설계하는 박리다매식
관행 탓이다.
이로인해 설계가 부실해지는 것은 물론 부실시공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
이 거듭된 것이다.
건축가들이 반성해야 한다"
-국내 대형 건축물 대부분을 외국 건축가들이 설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건축가 수준이 낮아서인지 아니면 건축주들의 편견 때문인지.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건축주들의 사대주의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건축주들이 국내 건축가를 믿지 않고 무턱대고 외국 건축가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축가들의 수준이 떨어져 마음놓고 설계를 맡길 수 없다는게
건축주들의 논리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국제건축가연맹(UIA)이 주관하는 전세계 유명 설계공모전에서 국내
건축가들이 다수 입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국내 건축가들의 수준이
낮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국내 설계업체들이 영세해 국제 수준에 맞는 설계도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건축가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후배 건축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난 수십년간 건축가들은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채 물량 확보에만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저급한 설계작품이 양산되기도 했다.
예술가이기를 포기하는 건축가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국민들도 눈이 많이 높아져 능력없는 건축가들을 멀리하고 있다.
따라서 건축가들도 문화 창조자라는 자존심을 세워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축은 예술이 아닌 기능으로 전락할 것이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
에서 건축가는 문화의 창조자다. 왜곡된 건축문화를 바로잡고 건축의 위상을
높이는데 진력할 계획이다"
''99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장 이광노(71)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해들어
각오가 남다르다.
문화관광부가 정한 ''건축문화의 해''인 올해가 그 어느해보다도 바쁘고
보람찬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올 한햇동안 건축의 문화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21세기 한국 건축문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계획이다.
건축의 문화성과 예술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그를 서울 중구 태평로
개인연구실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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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회가 구성된 경위는.
"문화관광부가 지난 91년부터 매년 무용 국악 등 특정 예술분야의 해를
선정,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건축도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지정된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 건축문화를 재정립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조직위원회는 건축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인 대한건축학회 대한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각각 추천한 4~5명의 조직위원들로 구성됐으며 건축
박람회(EXPO) 등 각종 사업을 주관할 예정이다"
-조직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직위가 펼칠 사업의 기본방향은 4가지로 나눠진다.
새 천년에 대비한 밀레니엄 사업의 방향 제시, 한국 건축문화의 위상 정립,
국민들과 함께하는 건축문화운동 전개, 건축문화 자산을 관광산업화하는 것
등이다"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밀레니엄 사업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것을 상징
하는 기념조형물 건립, 건축 자료의 발굴 수집 보존을 통해 우리나라 건축의
모든 것을 담는 정보센터와 전시기능을 갖춘 "건축문화 자료관" 건립준비가
대표적이다.
또 건축문화의 위상 정립을 위해서 한국 근.현대 건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 현대건축 1백년" 전시회를 열고 세계건축양식의 흐름과 동서양의
건축문화 비교평가를 통해 우리 건축문화의 좌표를 살펴보는 "동서양의
건축문화 국제심포지엄"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건축문화 강좌, 문화도시에 맞는 문화공간 기준 지침서 작성, 문화의 거리
조성, 내가 가꾼 우리마을 콘테스트 등을 통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건축을 일상속 문화운동으로 확대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건축문화 관광화사업도 중요할텐데.
"전국의 건축문화 자산과 역사적 장소를 조사.정리하고 건축문화의 이해를
위한 건축문화 기행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0월께 문을 여는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컨벤션센터에서
이상적인 국내외 주택 모델과 최신 건축자재를 전시하는 건축박람회를
개최, 건축문화 선진화에 일조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주거문화는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
"지난 70년대 이후 개발과 성장논리에 밀려 제대로 된 주거문화가 정립되지
못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주민들의 쾌적한 삶보다는 고층 아파트를 세우기
에만 급급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 중소도시도 마찬가지였다.
태백과 영월같은 조그만 도시에 15층이상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환경도 생각하고 삶의 질도 높이는 방향으로 주거문화가 재정립돼야
한다.
이를위해 인구 20만명을 수용하는 규모의 이상적인 도시계획 모델을 올해안
으로 만들겠다.
분당 일산 등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기존 신도시와는 달리 생활기반과 각종
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도시모델이 제시될 것이다"
-서울처럼 가용용지가 부족한 도시에서는 고층아파트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지.
"고층아파트도 자연과 조화롭게 설계되면 그 자체로서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에 들어선 고층아파트는 미적 감각보다는 좀 더 많이 지어
돈을 벌겠다는 경제성이 우선시돼 너무 획일적이다.
과거 미국이나 영국에서 지어졌던 고층아파트가 슬럼화됐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
-잠실 등 저밀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점은 없는지.
"개발연대에 지어졌던 아파트들이 노후화돼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
이다.
하지만 재건축만이 능사가 아니다.
주민과 함께 더 편안하고 안락한 아파트로 개조.수리하는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경제성 때문에 지은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를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을 예술로 보지 않고 건설의 일부분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건축(Architecture)은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된 종합예술
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우리 건축문화는 성장논리에 밀려 단순히 건설이나
기술의 일부로 인식돼 왔다.
건축가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싼값에 많은 물량을 설계하는 박리다매식
관행 탓이다.
이로인해 설계가 부실해지는 것은 물론 부실시공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
이 거듭된 것이다.
건축가들이 반성해야 한다"
-국내 대형 건축물 대부분을 외국 건축가들이 설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건축가 수준이 낮아서인지 아니면 건축주들의 편견 때문인지.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건축주들의 사대주의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건축주들이 국내 건축가를 믿지 않고 무턱대고 외국 건축가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축가들의 수준이 떨어져 마음놓고 설계를 맡길 수 없다는게
건축주들의 논리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국제건축가연맹(UIA)이 주관하는 전세계 유명 설계공모전에서 국내
건축가들이 다수 입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국내 건축가들의 수준이
낮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국내 설계업체들이 영세해 국제 수준에 맞는 설계도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건축가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후배 건축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난 수십년간 건축가들은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채 물량 확보에만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저급한 설계작품이 양산되기도 했다.
예술가이기를 포기하는 건축가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국민들도 눈이 많이 높아져 능력없는 건축가들을 멀리하고 있다.
따라서 건축가들도 문화 창조자라는 자존심을 세워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축은 예술이 아닌 기능으로 전락할 것이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