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이 자국 통화의 위상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12일 "강한 달러"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유로와 엔의 도전에 대한 달러의 기축통화고수 선언이었다.

그러자 일본은 "달러-유로-엔"의 3각 기축통화론을 다시한번 주창했다.

달러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유럽은 양측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유로 위상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우회전술을 쓰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달러약세가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시장에 개입, 달러가치를
끌어올릴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또 환율과 무역을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적자가 늘어나더라도 달러하락 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와함께 달러.유로.엔의 환율을 일정 수준에 묶어두자는 일본의
3극 통화체제론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목표환율제도는 운용하기 어렵고 효과도 미지수라는 게 반대명분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3극통화체제가 되면 1등 통화인 달러가 3등
통화인 엔화와 동격이 돼 달러위상이 격하될 것이라는 우려다.

루빈장관은 여러 국가의 통화를 하나로 묶는 "지역단일통화"론에 원칙적
으로 찬성했다.

그렇지만 "개발도상국들에 한해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라는 토를
달았다.

이 역시 일본의 엔화를 겨냥한 발언이다.

독일 마르크를 핵으로 한 유로화와 같은 라이벌 통화가 아시아에서는
출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의도다.

일본의 아시아통화기금(AMF)구상을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AMF로 국제통화기금(IMF)시스템이 약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AMF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루빈장관이 달러위상 강화책을 내놓고 있을 때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도
엔화의 위상강화에 전력하고 있었다.

이날 유럽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독일에서 오부치 총리는 국제환율의
트로이카 체제를 또다시 강조했다.

그는 "2차대전후 구축된 달러중심의 국제통화체제를 재고 할때가 됐다"며
엔.달러.유로중심의 환율체제를 주창했다.

AMF설립구상이나 아시아위기국들에 대한 엔화차관 제공 재개도 엔의
국제화를 통한 엔의 위상강화대책들이다.

이에 반해 유럽은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런" 유로의 위상제고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채를 띤다.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달러에 대한 유로 환율이 12일 유로당 1.1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자 "적정 수준을 찾았다"고 언급했다.

또 슈뢰더 독일총리는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해야 하며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 의연한 모습이다.

대결보다는 협력과 공생을 유로위상 강화전략으로 삼고 있다.

경제와 무역규모등에서 미국과 대등하므로 유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만 착실히 가꿔나가면 된다는 게 유럽의 전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