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보다 값이 싸면서도 요리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외식대용이
인기를 끄는게 그 예다.
가정에서 독특한 디저트나 어레인지 커피류를 만들어 즐기는 경향도 확산
되고 있다.
IMF체제 이후 건강이 최고라는 인식이 되살아나면서 순하고 부드러운
주류가 잘 팔리고 정수기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기묘년 음식문화의 키워드는 "홈메이드"다.
IMF 한파의 영향으로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외식제품을 대체할 고급요리를 장만하기는 시간이나
음식솜씨등을 감안할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주머니사정은 나빠졌으나 가족들의 입맛은 이미 고급 레스토랑 수준이어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독신및 맞벌이 가정에서는 집에서 고급요리를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새해들어 가정용 외식제품(HMR:home meal replacement)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HMR제품은 당초 외식에 싫증이 난 직장인이나 독신자들에게 가정용 고품질
음식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미국에서 개발된 가정대용식이다.
지난 91년 보스턴치킨사가 관련 제품을 개발, 히트를 치자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 레스토랑및 체인점들이 미국 전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HMR가 가정대용식 개념보다는 가정에서
외식의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는 외식대용품의 성격이 강하다.
한마디로 집에서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외식기분을 내주는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HMR는 햄버거나 켄터키치킨류의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간단하게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란 점에서 기존의
인스턴트식품과 유사하나 음식의 맛과 선도는 훨씬 뛰어나다.
또 단순히 반찬개념을 넘어 그 자체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고급 일품요리
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천쌀밥에 매운탕 오징어볶음 난자완스"를 손쉽게 만들어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제품군인 셈이다.
외식을 하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지 않고 집에서 요리하기에는 부담스러
운 가정에서 이 제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셈이다.
제일제당이 새해벽두에 선 보인 "백설홈조리"브랜드가 그 대표적인 제품
이다.
고추잡채 닭고기너트볶음 난자완스등 중화요리 세 종류를 우선적으로
선보인 이 브랜드는 반가공 상태인 점이 기존 제품과 다르다.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1백% 완전 조리식품과 차별화되는 전략 상품이다.
조리방식도 야채등을 섞어 프라이팬에 볶으면 된다.
소요시간은 길어야 10분 정도.
2인분(2백20~2백80g) 기준 2천5백원으로 외식비용의 4분의1 수준에 불과
하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한식및 스테이크용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제일제당이 지난해 선을 보인 완전 조리식 레인지형 레토르트제품도 고급
HMR의 일종.
종류도 미트볼 스파게티 그라탕 스튜등 다양하다.
오뚜기는 개당 2천원 전후대의 미트볼 비프스튜 그라탕등 고급 레토르트
제품은 물론 과일 디저트 냉장 샐러드등을 가정용 외식제품으로 내놓았다.
냉장샐러드는 신선한 콘 감자 마카로니 프루츠등의 재료에 마요네즈등을
첨가하면 간편하게 샐러드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했다.
복숭아 혼합과일 나타드코코등을 재료로 한 신선한 디저트도 이 회사가
자랑하는 제품이다.
가격도 8백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사골을 푹 고아 우려낸 국물에 양질의 쇠고기를 첨가한 옛날사골곰탕도
인기 품목.
롯데햄.우유가 최근 내놓은 가정용 고기순대나 춘천닭갈비, 동원산업의
실속돈까스도 이런 수요를 겨냥한 제품들이다.
가정 대용식의 인기를 반영, 자체적으로 관련제품을 만들어 파는 유통업체
들도 늘고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야채 김치 낙지 새우를 원료로 한 고급 볶음밥을 내놓
았다.
LG수퍼마켓은 추어탕 곰탕등의 탕류와 튀김류 그리고 영양밥등을 팔고있다.
한화스토아도 대구매운탕 갈비찜, 농심가는 반조리상태인 장어구이류와
완조리품인 초밥 튀김류로 고객을 끌고 있다.
깻잎 버섯 고추 마늘 양파 피망등을 고루 섞은 삼겹살세트나 삼계탕세트등을
만들어 파는 백화점들도 있다.
대형 할인점등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유통업체간 HMR제품의 개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정용 외식제품을 보다 맛있게 조리하는 것을 돕기 위한 고급 양념류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일제당은 해물탕 매운탕 오징어볶음의 맛을 더해주는 다담이란 고급
양념을 선보였으며 대상의 청정원 진육수도 가정에서 오장동 냉면맛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업계는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는데다 재택사업(SOHO)이 확산되는 지금
가정용 외식제품은 식품업체에 새 활로를 열어주는 분야"라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 일본 =HMR는 3년전쯤 도입돼 최근들어 그 수요가 급속히 늘고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조리제품이 주류를 이루나 일본은 구입후 입맛에 맞게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반조리 제품의 인기가 높다.
전체 HMR시장중 반제품의 수요가 40% 정도를 차지하는게 이를 말해준다.
생선요리나 전식이 대표적 음식이다.
치킨이나 생피자등과 같이 완제품이지만 전자레인지등으로 열을 가해 먹는
제품은 총수요의 35%, 샌드위치등과 같이 구입후 즉시 시식이 가능한 제품
시장은 25%정도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