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개봉된 국산영화 "미술관옆 동물원"에는 한국화장품의 "칼리"가
나온다.

주인공 심은하의 방에는 "칼리" 화장품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다음달 개봉될 예정인 "마요네즈"에는 나드리화장품의 "사이버21"이
등장한다.

주인공 최진실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모두 "사이버21"이다.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영화사와 화장품업체가 치밀하게 협의해서 준비한 결과다.

심은하는 한국화장품 전속모델이고 최진실은 나드리 전속모델이다.

화장품업체가 자사 모델이 등장하는 영화에 자사 화장품이 나오게 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화장품을 선전하기 위해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화장품업체는 자사 제품을 영화에 등장시킨 대가를 치른다.

영화 광고비를 분담하기도 하고 화장품을 경품으로 협찬하기도 한다.

이같은 방식의 공동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품끼워넣기(PPL)란 이름의 전통적 마케팅기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이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화장품업계의 "시네마 마케팅"은 지난해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영화 비주얼을 화장품 광고에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네마 마케팅"이 보편화돼 PPL을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영화 뿐이 아니다.

화장품업계의 공동마케팅은 음반 패션 등의 분야로 번지고 있다.

태평양의 경우 음반업체 한국BGM과 손잡고 "그레이티스트 러브 행운잔치"를
벌이고 있다.

자사 "마몽드" 화장품 모델인 탤런트 이영애가 새 음반 "그레이티스트
러브" 표지모델로 등장하는 점을 이용, "마몽드"를 경품으로 내놓았다.

한국화장품도 EMI코리아뮤직과 공동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EMI가 내놓은 "러브 올웨즈" 제6집 CD 안쪽에 "칼리" 홍보물을 끼워넣는
대신 "칼리"를 경품으로 협찬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공동마케팅은 올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동마케팅을 시도했던 화장품업체들은 파트너만 잘 고르면 적은
비용으로 충분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공동마케팅을 시도해본 경험이 없는 기업들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위락업체 패스트푸드업체 등으로 파트너가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장품 마케팅팀의 조태현 과장은 "영화사나 음반업체가 화장품업체를
공동마케팅 파트너로 선호하는 것은 고객층이 일치하는데다 화장품업체의
이미지가 깨끗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동마케팅을 벌이면 핵심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적중률이 높아진다"면서 "화장품업체들의 공동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고 덧붙였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