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99년 리빙 트렌드의 화두다.

성문화에 대한 강의로 스타가 된 구성애씨로부터 국산영화 "정사"를
빅히트시킨 아줌마부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프랑스 관광부에서는 지난해 "ajumma"를 한국의 특정 소비자 집단의
명칭으로 공식 명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아줌마 신드롬은 올 패션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패션업계는 아줌마 소비자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IMF체제 이후 실용소비가 정착되면서 아줌마라 통칭되는 주부들의
소비결정 파워가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다.

패션계는 이미 성공한 아줌마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물론 향후 아줌마 대상의 상품을 런칭하려는 것이다.

아줌마란 용어는 보통 30대부터 50대까지 결혼한 여성을 일컫는 명칭이지만
때로는 미혼여성에 대한 놀림이나 중년 여성의 뻔뻔함에 대한 비아냥으로
사용돼왔다.

지칭만으로 일정한 체형과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입체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줌마들은 오히려 그것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특유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이제는 시대와 사회를 읽는 중요한 코드로 부상한 것이다.

패션과 여전히 거리가 먼 듯 보이는 아줌마가 갑자기 주역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의류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밀어주는 브랜드들이 호황을 누리는 위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버버리 세일 상품을 일시에 동나게 하기도 하고 원색을 주제로
한 기비브랜드를 불황을 모르는 히트상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김창숙 부틱, 김민지 등과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홈쇼핑을 통해 히트한
것도 이들 덕분이다.

아줌마는 각종 채널을 통해 상품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굉장한 구매력을 보여준 결과다.

유통가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중상류층
아줌마의 힘이라고 분석한다.

롯데백화점이 불특정 다수의 모든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다면 현대는
30대와 40대 여성이 주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백화점 식당가와 카페는 주부모임으로 하루종일 북적댄다.

현대 압구정점 관계자는 "최근 청담동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고급
레스토랑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멋진 인테리어와 훌륭한 맛을 가졌어도 주부취향을 맞추지 않으면
결국은 망한다"고 전한다.

한때 30대 고학력 주부층을 일컫는 미시족이 여성 패션의 주역으로
떠오른 적도 있었으나 그 시절 쏟아져 나왔던 상품들은 IMF한파와 함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미시는 알맹이 없이 보기에만 좋은 허울이었거나 너무 얇은 소비층이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줌마를 신소비자로 주목해야 할 또다른 이유는 이들이 인구구성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오는 2000년에는 30대와 40대 여성이 최대
다수층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6.25동란 이후 베이붐을 형성한 54년생부터 68년생의 비율이 급속히
늘어나 인구분포가 피라미드형에서 점차 선진국의 주발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그동안 20대 젊은층만을 집중타깃으로 겨냥해온 패션계가
30대에서 40대 중반의 중년을 새로운 판매대상으로 주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다.

이처럼 가능성있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의류산업은 이들의
구미를 맞춰주지 못했다.

"백화점에 가도 살 옷이 없다"는 것이 30, 40대 주부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젊은 사람 위주거나 실버층을 겨냥한 옷은 있어도 다수층인 30, 40대
주부가 입을 옷은 가격과 디자인 양쪽면 모두에서 다양화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시장이 취약했던 만큼 성장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아줌마층은 실용적 구매를 하는 소비집단이다.

그 성향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서는 여간해서 공략하기 어려운
계층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삼성패션연구소 이유순 수석연구원은 저성장시대에 출현하는
신소비자 유형을 <>벌떼형 <>올빼미형 <>두더지형으로 분류한후 아줌마층은
이 세가지 특성을 모두 갖고있다고 말했다.

벌떼형은 대량구매 공동구매행동을 보이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특히 아파트 주민이나 주부회원 등 모임을 통한 벌떼구매를 한다.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가진 맞벌이 고객들은 올빼미형으로 분류된다.

부부동반 구매행동을 하고 주말 혹은 야간에 구매한다.

과거 장거리 이동을 통한 쇼핑장소 물색과는 달리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단거리 이동이 가능한 지역쇼핑으로 돌아섰다.

두더지형은 치밀한 사전 정보수집을 통해 비교구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즉 정보탐색형 고객이다.

이 세가지 유형의 특징은 알뜰구매 가치구매라는 점이며 아줌마층의
소비패턴을 그대로 표현해 주고있다.

어떤 집단보다 합리적이고 냉정한 소비 성향을 갖고 있는 "아줌마".

올 한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패션을 포함, 각종 비즈니스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