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12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났다.

선진국들의 모임에 들어가자 마자 한국은 환란을 맞았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과연 한국의 OECD 가입이 옳았느냐를 따질 이유는
없다.

지금은 어떻게 경제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OECD에서 논의되는 정책의 흐름과 정보를 제때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선진국들의 의도가 정책에 수시로 반영되도록 돕기위해
프랑스 파리 OECD 대표부에 주재하는 담당관의 기고를 통해 OECD에서
논의되는 주요 이슈를 전달한다.

"OECD 리포트"는 매주 수요일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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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OECD에 가입할 때부터 상당한 진통을 치렀다.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많았다.

가입하고 얼마 안돼 외환위기를 맞게되자 이번에는 OECD 가입에 따른
무리한 개방이 외환위기에 원인이 됐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한가지 분명히 느껴지는 사실은 아직도
국내에 OECD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알고보면 선진국이 아니니까 OECD에 가입해서는 안될 이유도 없고 OECD에
가입함으로써 선진국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우리가 회원으로서 OECD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토론은 부족했던 것 같다.

또 외환위기와 관련해서 따져 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기왕 OECD에
가입한 상황에서 이를 잘 활용하기만 했다면 외환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OECD는 회원국 경제정책 당국자 간에 운영되는 특수대학과 같다.

대학에 여러 전공학과가 있듯이 OECD에는 거시경제, 금융, 재정, 기업,
경쟁, 공공행정, 노동, 사회, 교육, 무역, 농업, 산업, 과학기술, 지역개발,
환경, 에너지 등 경제정책 각 분야를 전담하는 각종 위원회와 산하의 분야별
작업반이 있다.

각 위원회는 각국 공통의 우선순위 과제에 해당하는 정책문제를 선정해
그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수많은 회의를 통해 모범 정책사례(best practices)가 발굴된다.

이를 근거로 향후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공통의 지침을 도출한다.

필요할 때는 OECD 회원국 간에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채택되기도 하고 정책건의가 도출되기도 한다.

또 더 나아가 이들 권고나 건의의 집행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추진한다.

OECD의 여러 작업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각국 정부당국자들은 대학 세미나
과정에 등록하는 학생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즉 OECD가입으로 혜택을 과연 얼마나 혜택을 얻느냐 하는 것은 각국의
"흡수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정책담당자들이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준비(조사 연구 및
분석)했으며, 회의의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 들였느냐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OECD라고 하는 이 대학에는 교수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정책지침이 도출될 수 있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우선 OECD 토론의 목적과 기준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조화시켜 가며
동시에 추구하자는 데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둘째, 29개 회원국중 대다수는 명실공히 선진 경제국들이다.

이들은 지난 2 세기에 걸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병행추구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의 경험을 누적한 나라들이다.

그 결과 한결같이 어느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셋째, OECD에서의 정책토론은 어디까지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에
입각해 이루어진다.

넷째, OECD사무국 전문가들은 해당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OECD 경제동향 검토위원회는 96년 3월에 OECD 가입 희망국인 한국의
경제현황을 검토하고 다음과 같은 요지의 경고(한국경제 검토결과 보고서)를
주었다.

"국제 자본이동을 자유화하고 국내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인 위험에 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인플레 방지,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강화, 환율의 신축적 운영 등이
요구된다.

자본이동과 금융산업 규제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대출이
활발해지는 경우 금융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국제 자본이동의 자유화로 해외자본 유입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취약성이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제자본이동 자유화는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초기에는 단기자본
보다는 장기자본 유입을 우선 자유화해야 한다"

97년 상반기에도 같은 요지의 진단을 내렸다.

"한국경제는 생산설비 고잉과 과도한 채무의존도로 재벌기업들이
연쇄도산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는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확대되고 이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해 경제활동의 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경고들은 돌이켜 볼 때 한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양대 축으로 삼아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건국을 이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OECD의 각종 논의동향을 면밀히 청취하고 논의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교훈과 지침을 최대한 찾아내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양수길 <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 syoung@wanadoo.f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