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스컬리스 < 미국 반도체공업협회장 >

반도체 산업은 올해 착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가격이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전체 매출규모는 10.9% 줄어들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신감이나 전망들도 모두 부정적인 견해들 일색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반도체 매출은 올해 9.1% 성장을 보인 이후 내년
에는 15%, 2001년에는 18%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게 협회의 전망이다.

관련기업들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근년들어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회의적 전망들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한계 개발비(marginal cost)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생명주기가 짧아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있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들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전면 부정하는 근거로 용인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할 정도로 현대 문명생활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인간의 현대문명생활을
이 트랜지스터 사용량으로 환산해보면 재미있는 통계를 얻을 수 있다.

세계인들은 현재 한사람당 1천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다.

트랜지스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경우 한사람당
무려 5천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5백만개,나머지 지역 주민들은 4백만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에 이르면 지구촌 인류는 한 사람당 평균 10억개의 트랜지스터
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다시말해 반도체 시장은 아직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인류는 이미 반도체의 포로가 되어있고 현대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기초
소재가 돼 버렸기 단기적인 부침만으로 산업의 미래와 운명을 논하는 것은
무리다.

반도체 없는 현대산업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물론 반도체 산업이 경영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늘려야 하고 그러다보면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과대해지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마치 거미집과도 같이 나선형을 그리면서 확대된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만 그런 것은 아니다.

경영을 하다보면 장부상으로는 분명히 이익이 남는데도 현금흐름(cash
flow)에서는 손해를 보는 경우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경이적인 성장율을 달성하는 산업일수록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하위 기술이 대중화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또 그같은 투자를 잠시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측면에서 반도체산업의 어려움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의 가격폭락은 이런 구조적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기업들이 경영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몸집만
불리면 된다는 식의 과잉투자를 일삼아 온 것이 큰 문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현상이 많이 시정됐고 따라서 가격도 어느정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어떤 종류의 산업이든지 마찬가지다.

현재 반도체 산업의 투자동향을 보면 대부분 기업들이 판매액의 12%를
개발비(R&D)에 투자하고 18%는 장비구입 등 시설투자에 쓰고 있다.

판매수익의 평균 30%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 숫자만을 보면 과대한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원가(cost)"라는 시각에서는 분명 부담이지만 "경영전략(strategy)"이라는
차원에서는 반도체 산업 만큼 진취적인 산업도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고 기술발전도 계속된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1천3백7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미국이 7백10억달러로 51.6%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일본이
28.6%, 한국 등 나머지가 19.8%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의 산업지도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비중도 증가일로에 있다.

미국의 경우 부가가치기준으로 지난 87년만해도 17위에 머무르는 산업
이었지만 94년 7위로 뛰어 올랐고 95년에 4위, 96년에는 명실상부한 1위로
올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발생한 일자리만도 26만개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소비량을 산업별로 구분해보더라도 현대산업에서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소비량중 50.6%를 컴퓨터 업계에서 소화하고 있고 통신(17.7%) 일반
소비제품(16.2%) 산업전자(9.2%) 자동차(5.3%) 그리고 군사 등 정부부문
(1.0%) 등의 순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산업분야에서의 반도체 사용비중은 커질 것이다.

불행한 것은 최근들어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 덤핑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의 규정이 WTO의 정신과 배치된다고 판시했지만
그것은 WTO의 입장이다.

어느 공급업자든 수요와 공급의 균형선에서 벗어난 가격으로 시장질서를
바꾸려고 노력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점은 미국의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소비자들로서도 당장은 싼가격이 좋아보이지만 이같은 단기적 이익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가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그리고 삼성이 텍사스주 오스틴
에 반도체공장을 완공하고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들의
진취적인 자세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한국에 지원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만에 하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위해 지원되는 것은 아닌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백80억달러에 이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지원이 한국의 특정산업을
위해 지원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미국정부의 입장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입장이다.

물론 이와 관련된 감시활동에 대해 우리가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