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의 눈물'..정규화씨 5번째 시집 '다시 부르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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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규화(50)씨의 5번째 시집 "다시 부르는 그리운 노래"(도서출판경남)
에는 역사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민초들의 눈물이 얼룩져 있다.
정씨는 83년 첫 시집 "농민의 아들"이후 줄곧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버려진 자들의 고통을 대신 아파한다.
그 중 하나는 구제금융시대의 고단한 삶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사의 비극과
궤를 같이한 시인의 가족사다.
그는 "후손에게 빌려쓰는 땅을 빼앗기고도/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엣터에서 자란/봉숭아 붉은 꽃을 아름답게"쳐다보며 "이름도 징그러운 아이
엠 에프 식민지 시대/눈에 보이는 것은 다 팔리거나 저당잡혀도/우리들의
정신만은/절대로 넘겨줄 수 없다"고 노래한다.
정리해고로 떠난 동료들도 그렇지만 살아남은 자의 비애 또한 견디기
힘들다.
"함께 떠났더라면/마음이나 편할 것을/어리석게도 우리들 자신이
해고당할까봐/얼마나 마음 졸였던가/그럭 알아버린 혹독한 추위가/사방에서
밀려오고 있다"
시인은 이같은 비극 속에서 탐욕스런 권력의 뒤안을 파헤친다.
"오늘도 무궁화는 애국가 속에서 화려하게 피지만/휘장이나 배지
문양으로만/피는 꽃, 우리나라 꽃,/누구도 너를 꽃으로 가꾸지 않는 오늘"
("무궁화"부분)
지리산이 고향인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대의 비극을 상기하며 아물지
않은 역사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생떼같은 아들 둘을 난리에 빼앗긴 할머니가 철부지 손주에게 "벌레
한 마리라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목이 아릿하다.
그러나 시인은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예감의 저울추"다.
그래서 그는 "얼었던 땅 어딘들/봄비를 바다하랴/온 몸 온 정성으로
마음을 열고/새싹을 밀어올린다"며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
에는 역사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민초들의 눈물이 얼룩져 있다.
정씨는 83년 첫 시집 "농민의 아들"이후 줄곧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버려진 자들의 고통을 대신 아파한다.
그 중 하나는 구제금융시대의 고단한 삶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사의 비극과
궤를 같이한 시인의 가족사다.
그는 "후손에게 빌려쓰는 땅을 빼앗기고도/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엣터에서 자란/봉숭아 붉은 꽃을 아름답게"쳐다보며 "이름도 징그러운 아이
엠 에프 식민지 시대/눈에 보이는 것은 다 팔리거나 저당잡혀도/우리들의
정신만은/절대로 넘겨줄 수 없다"고 노래한다.
정리해고로 떠난 동료들도 그렇지만 살아남은 자의 비애 또한 견디기
힘들다.
"함께 떠났더라면/마음이나 편할 것을/어리석게도 우리들 자신이
해고당할까봐/얼마나 마음 졸였던가/그럭 알아버린 혹독한 추위가/사방에서
밀려오고 있다"
시인은 이같은 비극 속에서 탐욕스런 권력의 뒤안을 파헤친다.
"오늘도 무궁화는 애국가 속에서 화려하게 피지만/휘장이나 배지
문양으로만/피는 꽃, 우리나라 꽃,/누구도 너를 꽃으로 가꾸지 않는 오늘"
("무궁화"부분)
지리산이 고향인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대의 비극을 상기하며 아물지
않은 역사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생떼같은 아들 둘을 난리에 빼앗긴 할머니가 철부지 손주에게 "벌레
한 마리라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목이 아릿하다.
그러나 시인은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예감의 저울추"다.
그래서 그는 "얼었던 땅 어딘들/봄비를 바다하랴/온 몸 온 정성으로
마음을 열고/새싹을 밀어올린다"며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