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가 한자리 수로 내려가야 한다"

최근 시장금리가 7%대 이하로 떨어지자 정책당국자들이 자주 되뇌이는
말이다.

아직도 12%이상에 머물고 있는 은행 대출금리를 더 내리겠다는 의지를
엿볼수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7일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인하를 통해 6.5% 수준인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 등 시장
금리를 소폭 하향조정키로 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더 내릴 여건이
조성됐다"고 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12%대인 은행 평균 신규 대출금리가 늦어도 상반기중엔
한자리수로 내려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추가 인하를 적극 유도키로 하고 조만간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회의 등을 소집해 정부의 그같은 방침을 전달키로
했다.

<> 대출금리 인하 더디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은행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비해 너무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조금씩 내리는 시늉을 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시장금리 하향세에 비해 느리다는 것이다.

실제로 8일 시장금리의 대표격인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 7.19%
수준을 나타냈다.

작년 11월중(9.60%)과 비교하면 한달남짓 사이 2%포인트 이상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대출금리 인하는 여기에 훨씬 못미친다.

지난해 12월중 기업들에 대한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11.3%로 전달의
11.62%(지방은행 포함한 평균)에 비해 하락세가 미미하다.

이에 따라 회사채유통수익률과 기업 대출금리간 차이는 작년 12월중
3.3%포인트에 달했다.

올들어 회사채금리가 더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4%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회사채금리와 기업대출금리간 차이는 지난 9월 1.67%포인트에서
계속 벌이지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출의 경우 회사채 보다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금리가 높은 것은 정상이지만 그 차이는
1-2%포인트 정도가 적정하다"며 "최근엔 그 격차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대출금리가 시장금리 하락을 못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 내릴 여건은 됐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이유로 정부는
두가지를 든다.

우선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

한은이 콜금리 소폭 인하 방침을 밝힌 만큼 회사채금리 등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둘째 갈수록 커지는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을 봐도 대출금리
인하를 미룰 수 없다는게 재경부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중 은행들의 신규 대출금리는 평균 12.7%,
예금금리는 평균 8.54%다.

예대마진이 4.2%포인트에 달한다.

지난해 9월 3.6%포인트, 10월 3.7%포인트에 비하면 예대마진폭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물론 은행들의 수익성을 감안한 적정 예대마진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신규 여수신금리간 마진이 4%포인트를 넘는다는 것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더 내릴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재경부는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금리 시절 받아 놓았던 예금 탓을 하며
예대마진폭 확대를 변명하고 있지만 이젠 그 고금리 수신도 상당부분 해소
됐다"고 덧붙였다.

<> 한자리 수가 목표다 =대출금리 인하 수준과 관련, 재경부는 최소한
한자리 수로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채금리와의 격차나 예대마진 폭을 모두 감안해도 은행들의 대출 평균
금리가 10% 밑으론 내려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는 그러나 대출금리 인하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과거처럼 금리인하를 강제적으로 압박할 생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선도은행(리딩뱅크)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있는 은행이 먼저 나서 대출금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다른 은행들도
뒤이어 인하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를 희망하고 있다.

재경부는 은행 합병으로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데다 제일은행이 외국계은행
으로 변신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런 선도은행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