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 달린 모니터를 쳐다보며 손목에 찬 키보드를 두드린다.

20~30kg나 되는 육중한 컴퓨터는 필요없다.

마치 워크맨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듯 가볍게 몸에 걸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고 인터넷을 조회한다.

E메일도 주고 받을수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같은 얘기로 치부됐던 "입는 컴퓨터
(Wearable Computers)"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세이코는 손목시계형 PC인 루퓨터(Ruputer)를 개발해 판매중이다.

이 기기는 16비트 중앙처리장치(CPU)와 1백28킬로바이트(KB) 메인 메모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운영체계(OS)로는 윈도95를 사용한다.

전화번호입력 자료송신등 업무가 가능하다.

미국의 디펜스 어드밴스드 리서치는 병사의 부상 정도를 원거리에서
알아낼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의료진단장비를 부착한 군복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피닉스그룹은 입는 컴퓨터"피닉스2"를 내놨다.

이 제품은 486급 PC로 1백MHz CPU를 내장했다.

이마 위로 두르는 디스플레이 장치, 손목에 감는 미니 키보드, 그리고
배터리가 한 세트를 이룬다.

이 밖에 손바닥 안쪽에 대고 타자를 칠수 있는 장갑 형태의 키보드도
나와있다.

98년말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제2차 국제 입는 컴퓨터 심포지엄"이 열렸다.

여기서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안경이지만 모니터를 내장한 안경 컴퓨터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반투명 소재로 된 이 모니터 스크린은 굵기가 연필 정도에 불과하다.

한쪽 안경 다리에 내장된 전자회로가 모니터에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모니터는 눈 바로 앞에 붙어있지만 착용자는 90cm 정도 떨어진 곳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제품은 미국 국방부의 지원 아래 마이크로옵티컬사가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자이버노트(Xybernaut)사와 제휴, 알파
CPU를 장착한 입는 컴퓨터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2000년께부터 일반에 판매될 예정이다.

불과 30여년전까지 상상속의 제품이었던 호출기 핸드폰 팜PC는 이미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이 돼있다.

입는 PC가 상용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