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담수호를 만들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시화호가 담수가 된다면
쓰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 아니냐"(농림부)

"농림부가 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쓰지 않겠다면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
이유가 없다"(환경부)

"시화방조제를 쌓은 것은 간척사업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지 농업용수
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었다"(건교부)

정부가 사실상 시화호 담수화작업을 포기키로 결정한데 대한 관계부처들의
입장이다.

농림부는 우리가 언제 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쓰겠다고 했느냐고 반문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배수갑문을 개방할 때도 우리와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들 부처가 오래전에 담수화계획을 포기하고서
그 부담을 우리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가 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쓰지 않기로 결정하기전에 이미 해수화
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시화방조제를 쌓은 건 간척지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농림부가 시화호를 용업용수로 쓰든, 그렇지 않든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환경부는 "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쓰지 않겠다면 무엇때문에 담수화하려고
했겠느냐"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어쨌든 시화담수호는 "사망선고"를 받고 결국 "태어나서는 안될 호수"가
됐다.

담수화를 전제로 수질개선에 투입된 수천억원의 비용도 날아가게 됐다.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하나.

김태완 < 사회1부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