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그룹 임원 인사가 본격화되면서 99년에 눈여겨 봐야할 전문경영인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내년 유망 경영인으로 꼽히는 인물들의 특징은 각 그룹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재무"와 "기획"출신이라는 점을 우선 들수 있다.

또 그룹 경영권 지배구도 변화에 따른 총수 측근임원의 부상, 정치권과
맞물려 호남인맥의 부상도 점쳐진다.

새해 뜰 경영인을 조망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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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재계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호남인맥의 부상이다.

호남정권의 출범에 맞춰 그 지역 출신 임원들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정권과의
교분을 보다 돈독히 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최근 연말 인사를 단행한 삼성 LG SK는 물론 곧 인사를 실시할 예정인
현대 대우 등에서도 호남인맥의 중용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영남 기업인 삼성의 사례는 이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50여명에 이르는 삼성의 사장단 가운데 호남출신은 4명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3명뿐인 사장 승진자중 한 자리를 호남 인맥에
배정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그 케이스다.

양 사장은 현 정권의 실세라 불리는 광주고(6회)와 외국어대를 졸업한
삼성내 대표적인 호남 경영인.

국민회의 장재식 의원(2회), 박상천 법무부 장관(6회), 국민회의 양성철
의원(7회),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9회) 등이 그와 고교 선후배간이다.

또 한갑수 한국가스공사 사장(1회)과 허승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5회)
등도 양 사장의 동문이다.

양 사장의 승진에는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과 각종 해외건설공사 수주 등
탁월한 경영실적도 빼놓을 수 없지만 이같은 정관계 인맥도 한몫 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은 또 그룹의 금고격이라 할 수 있는 삼성생명의 경영도 호남출신에
맡겼다.

삼성화재 부사장에서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영전한 배정충씨는
전주고.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삼성내에서는 그룹의 돈줄을 호남출신이 관리하게 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LG는 김범수 LG-EDS사장, 신현주 LG엔지니어링 사장, 오호수 LG증권 사장,
이양동 LG인터넷 사장 등 4명의 호남출신 계열사 사장이 전원 자리를 지켰다.

김 사장은 목포고.서울대 경영학과, 신 사장은 광주일고.서울대 화공과
출신이며 이 사장은 전남고.서울대 전자공학과, 오 사장은 광주출신으로
경복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SK도 이달초 사장단 인사에서 호남출신인 조정남 SK텔레콤 부사장을 사장
으로 발탁했다.

조 사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화공고를 나왔으며 SK가 주요 계열사 사장에
호남출신을 앉힌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와함께 곧 인사를 실시할 현대와 대우에서도 호남 출신들이 부상할
것이란게 재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