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9일 지불 유예기한이 끝나는 대외채무 이자 3억6천2백만달러를
지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직면했다.

또 이같은 상황이 국제금융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제전문통신인 APDJ가 이날 보도했다.

이 통신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부터 채권금융기관들과 이자및
원금 2차유예 문제를 협의해왔으나 채권단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해
사실상 부도를 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채무는 구소련 시절 차입했던 2백40억달러의 원금에
대한 이자중 일부인데 지난해말 지불기한및 조건을 재조정(리스트럭쳐링)한
이후 다시 지불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서방 채권단들은 이자지급 만기일이 지난 2일이었지만 29일까지 1차
유예해준 상태였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지난달부터 채권단들과 이자 재연장 방안을
협의해왔고 대부분 채권단들이 재연장 방안에 동의했기 때문에 이날의
이자 미지급이 "디폴트"는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도이치방크, 크레디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등 채권금융기관들
은 "아직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구소련에 대한 민간채권단 모임인 런던 클럽 규정에 의하면 채무연장
안건은 전체 채권자 95%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72.1%의 동의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날의 채무불이행은 분명 "디폴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서방 채권단은 이달들어 1차유예된 이자에 대한 지급일자
재조정 방안을 협의해왔으나 이자 일부를 러시아 국영은행인 브네쉐코놈방크
가 발행하는 채권(bond)으로 지급하겠다는 러시아 측의 방안에 대한 찬반이
엇갈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베어스턴즈증권사의 러시아전문가 그레첸 로드키는 "러시아가 대외채무에
대해서도 지난 8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루블화 표시국채(GKO)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려 한다"며 "이날의 디폴트가 국제금융시장에 새로운
충격파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런던클럽은 구소련에 돈을 빌려주었던 민간채권은행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지난 70년대에 구성된 조직으로 구소련에 대한 채권국 정부로 구성된
파리클럽과 구별된다.

한편 러시아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8월 모라토리엄이 선언되었던 루블화
표시국채(GKO)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채무 구조조정에 완전히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번 디풀트 사태는 새로운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