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화 출범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세계 경제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유러화출범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유러화 출범이 단순히 수출입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생산 영업 재무 마케팅 투자 연구개발(R&D) 등 기업활동 전반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일단 유러화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전산프로그램을 정비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를 마친후 중장기적인 생산 및 마케팅전략을 세우고 있다.

달러화 경제권에 버금가는 거대한 시장이 생기는 만큼 초기에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종합상사 등 국내 산업계는 앞으로 무역과정에서 유러화로 결제해야 할
대상국은 유럽연합(EU) 외에 중동 동구 아프리카북부 국가 등 40여국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업에 미치는 영향 =전문가들은 도전할 수 있는 또다른 거대 시장이
탄생하는 만큼 우리기업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겨줄 것이라고 진단한다.

유러 경제권이 커지면 장기적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

생산 및 마케팅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오히려 수출을 늘릴 수 있다.

반면 유러화 역내교역의 증가로 인해 수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않다.

LG경제연구소 박병관 연구원은 "유럽시장이 하나의 거대시장으로 통합되면
역내국 기업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제품값을 떨어뜨리고 이에 따른 우리
수출제품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대 산업연구원 산업협력센터 소장은 EU내 선진국과 개도국간 무역이
강화되면서 우리의 EU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같은 영향은 인근 지역으로 확대돼 우리 수출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지중해 연안국과 동유럽 국가들이 유러통화권으로 들어갈 경우 관련 지역간
분업 체제가 강화돼 결과적으로 우리 수출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러화 출범은 EU지역 수출업체의 가격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동일한 제품을 유럽지역에 수출할 때 국가별로 탄력적으로
가격을 결정, 판매증대와 이익극대화를 꾀했다.

그러나 유로화가 출범하면 이같은 수출가격전략을 더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다.

EU 역내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가격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업체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수출값 인하 압박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국제화가 진전된 범용 제품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초화학 직물 철강 정보기기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기업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 기업들의 대응전략 =대기업들은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온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유러화 체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는 그룹 차원의 전담팀을 두고 유러화 출범 초기부터 유러화 사용을
늘리도록 EU 법인 및 지사에 지침을 내렸으며 유럽지역 수출가격을 균일하게
할 계획이다.

현대는 또 역내에 있는 현지법인의 회계 세제 급여 시스템을 유러화체제에
맞춰 정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내 선물환 시스템에 유러화를 추가키로 했으며 유럽화폐통합
에 참가하지 않은 동유럽 지중해 연안국가와 교역할 때도 가능하면 유러화
결제를 유도하기로 했다.

삼성은 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통합된 시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유러화 통화권내 계열사들의 물류망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장기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대우는 (주)대우에 국제금융 수출입 영업부서 임직원 20여명으로 환율.금리
협의회라는 전담팀을 구성, 외화자산 운용전략을 다시 짜고 관련 지역 영업
담당자에 대한 사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LG는 컨설팅업체인 KPMG로부터 유러화 출범과 관련한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내년 1월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전자부품센터를 여는 등 유럽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통화단일화에 참가하지 않은 영국에 유럽 생산거점을 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유럽 대륙내 물류망 확보작업에 착수했으며 영국
생산기지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폐 도입에 대응, 장기적으로는 유럽내 투자전략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를 겪고 있어 당장 투자계획을 세울수는 없어도 단일시장 공략을
위한 적절한 투자확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별로 나눴던 영업.유통망을 문화 혹은 언어권별로
재구축하여 마케팅의 효율화와 물류비용의 절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재웅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러화 실물이 도입되기 까지 3년이
남아있지만 현금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모든 계좌상의 이체 청산 결제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대책마련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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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러화 출범에 따른 국내 기업의 대응방안 ]

<> 기업전략
.EMU지역에서의 조직 재정비 검토
.생산 및 판매거점의 타당성 재검토
.신제품 수요조사

<> 재무관리
.고객의 유러화 결제요구에 대비 송금 및 결제시스템 전환
.유러화 기준으로 유럽내 경영지표 작성
.유러화 환율 모니터 강화

<> 생산 및 구매
.유러화 가격대에 맞는 신규상품 생산
.원자재 구입시 구입선 다변화를 통한 비용절감

<> 마케팅
.시장 또는 고객구조 변화 검토
.유러가격 설정 및 이중통화 표기 검토
.범유럽 판매전략 수립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