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 전 건설부 차관 >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물경제는 아직 어두운 터널속이라고 하지만 여러가지 경제지표가 호전되
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경기를 부추기려 하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부동산정책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가 쏟아져 나왔다.

우선 규제완화라는 차원에서 그린벨트의 일부지역을 해제하고 준농림지의
토지이용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이다.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건축행위가 휠씬 수월해
질 것이다.

용적률도 1백%에서 1백10%로 상향 조정된다.

도심지의 재개발 재건축 요건도 완화했고 주상복합건물의 용적률도 1천3백%
까지 올려 도시공간의 고층화를 표방했다.

군용비행장 주변의 고도제한도 폐지된다고 한다.

외국인소유공장의 경우 수도권에서도 신.증설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밖에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1가구1주택의 양도세 면세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주택중도금 융자를 확대하며 분양가규제도 대폭 풀린다.

일부지역의 그린벨트는 해제될 뿐아니라 거래 촉진을 위해 토지거래허가
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정도의 정책전환이면 공개적으로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왜 새삼 부동산에 불을 지르나.

정부의 의도는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거래를 촉진함으로써 건설경기를
살리려는 것이다.

건설투자는 단기간에 고용효과가 크다.

또한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면 가계의 구매력과 금융기관의 담보가치를 높여
침체에 빠진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거래는 부가가치 창출과는 무관하다.

투기는 허수다.

약인듯 하나 사실은 독이었음을 우리는 지난 개발연대동안 경험했다.

과거 부동산 과열로 인한 고지가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투자를
소홀히 하고 근로의욕을 저하시켜 왔다.

이것이 IMF위기를 가져온 원인이기도 하다.

지금도 우리 땅값은 거품덩어리다.

부동산과열은 증시과열에 비해 그 폐해가 휠씬 크고 깊다.

그런데 다시 "부동산 부추기기"를 내세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돌이켜 보면 불행히도 투기의 방화범은 항상 정부였다.

정부의 불도저가 움직일 적마다 땅값이 뛰었다.

가령 신도시사업만 해도 그 과정에서 얼마나 전국의 땅값을 올려 놓았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금번 부동산 정책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국토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토는 계획에 따라 질서있고 규모있게 계획되고 개발돼야 한다.

우리 국토는 소중하다.

좁아서 한뼘의 땅도 아쉽다.

엄격히 규제하고 계획적인 개발을 해야한다.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힘들다.

일반적인 시장경제의 원리로 설명될 수는 없는 것이다.

80년대말 뒤늦게 우리는 토지공개념을 창출했다.

이 공개념이 경제논리에 밀려 지난 봄 폐기됐다.

한번 무너진 환경이나 토지, 도시는 회복될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토지제도가 후퇴하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땅자원이 부족한 유럽의 모든 나라는 엄격한 토지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계획없이는 개발도 없다.

그토록 단기적 경기부양에 집착한다면 금융.세제지원으로 건설업을 살리는
길을 택하는 것이 옳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동산에 관한한 냄비정책을 반복해왔다.

경기가 죽으면 은근히 부동산투기를 유발하고 투기열풍이 불면 규제의 칼을
세웠다.

따라서 부동산정책은 부동산의 경기커브를 따라 춤춰왔다.

이번에 풀었다가 경기과열이 되면 다시 조일 것인가.

토지정책은 공개념의 틀 위에 서야 하고 주택정책은 복지차원에서 구축돼야
한다.

선진국처럼 공공주택이 확보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주택보급률도 만족스럽
지 않은데 주택투기를 조장할 수는 없다.

손바닥만한 국토, 그것도 소수에게 편중된 땅을 토지공개념도 허물어진
마당에 투기시장에 내던질 수는 없다.

일본은 90년대초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기진작을 시도했다가 실패하
고 지금은 그 후유증만 앓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최근 일련의 부동산정책은 문제가 있다.

부동산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도 문제려니와 이를 위해 토지 또는 국토
를 담보로 잡겠다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