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성 K씨(45)가 이코노 탐정사무소를 방문했다.

K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면서 자기가 처한 딱한 사연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사업하는 친구를 위해 보증을 서줬다가 망했습니다. 전세금이 날아가고
남은 빚이 3천만원이 넘어서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친구는 도피중
이어서 찾을 길도 막막합니다. 법원이 소비자파산자들에게 무더기 면책을
허가해 재기의 기회를 줬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왔습니다"

한경일 소장은 조수 최정예.공영칠 탐정과 함께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2층
파산접수과에 들러 파산신청절차를 알아보았다.

파산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없이도 할 수 있다.

신청인은 한장짜리 신청서와 5장짜리 진술서에 성명 경력 파산경위 등을
기입한후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재산목록현황, 채권자주소 등을 첨부해
제출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신청비용은 인지대 5백원을 포함해 송달료(채권자수x3x2천2백60원), 공고
비용 7천8백원이다.

한소장은 법원 가동 14층에 위치한 파산전문재판부인 민사합의 50부를 찾아
갔다.

마침 파산을 전담하는 서경환 판사가 자리에 있었다.

서판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4~5건에 불과하던 소비자파산신청이
IMF체제이후 2백여건으로 급증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산법은 도저히 감당못할 빚을 진 기업이나 개인의 남은 재산을 정리해
모든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파산신청은
파산당사자나 채권자가 할 수 있어요. 면책을 목적으로 신청할 경우 소비자
파산이라 부릅니다. 이 제도는 불가항력적인 빚을 진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법원이 개인을 파산자로 선고할 경우 당하는 불이익은 무엇인가요"(한소장)

"파산자는 취직 및 금융거래의 제한을 받을 뿐만 아니라 공사법상 각종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이익을 없앨 수 있는 절차가 바로 면책
제도입니다"(서판사)

"면책절차란 무엇인가요"(공탐정)

"재판부가 파산선고자나 채권자 등을 불러 오랫동안 심문을 거칩니다. 이때
파산원인이 채무자의 큰 잘못없이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판단되면 면책 허가결
정을 내립니다. 면책이 허가되면 파산자의 빚은 모두 탕감되고 각종 사회.
경제적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단 조세나 벌금 과징금 등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한소장과 서판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최탐정은 어떤 경우에 면책을 허가해
주지 않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서판사는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허위신청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또 다시 빚을 지는 행위 <>사치 낭비 등으로 빚을 진 경우 등이
면책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또 면책허가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위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 면책결저이
취소되고 민형사상 처벌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탐정은 소비자파산제도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으나 이 제도의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파산신청을 남용하면 채권자의 피해는 물론 도덕적 해이현상이 심해질 수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김인만 변호사(태평양 법무법인)을 찾아 외국의 사례를 알아
보았다.

"미국 일본의 경우 해마다 1백만명 정도가 파산을 신청하고 대부분 면책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어요. 부작용이 다소 있긴 하지만 무능력자가
양산되면 사회가 불안해질뿐만 아니라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사회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김변호사)

조사를 마친 이코노탐정팀은 K씨에게 보고서를 썼다.

"채권자들의 주장을 들어보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파산경위가
의뢰인의 말대로라면 면책사유가 된다고 판단됩니다. 단 생계를 위해서라는
이유에서 카드로 현금할인을 했건 주위에서 돈을 빌린 행위가 있다면 면책
기각사유에 해당됩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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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