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로 들어간후 첫 해였던 98년에는 여러가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다.

"역사의 전환점"이나 "재벌개혁시대"니 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사로 보면 98년은 무엇보다도 "재정 적자 시대를 연 첫해"
로 기록될 것이다.

그만큼 재정적자는 나라살림을 꾸려온 재정담당자들에게 가슴아픈 일이었다.

나라살림이 적자재정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83년이후 15년만의 일이다.

통합재정수지로 98년 적자규모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마이너스 5%(21조원)
이다.

엄청난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늘어나는 실업자를 지원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건전재정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던 만큼 정부가 적자 재정을 편성
하는데는 논란도 많았다.

당초 정부 당국자들은 적자 편성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
했었다.

무엇보다도 한번 나라살림을 적자로 편성하게되면 건전 재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이웃 일본의 예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정부의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실업자와 바닥을 모르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랬다.

IMF와 협의한 고금리 처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면서 부도기업이 수도 없이
늘었다.

건설경기는 급락했고 실업자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상반기에만 1백50만명
을 넘어섰다.

따라서 적극적인 정부의 재정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도 재정적자를 두려워 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발언이 잇따랐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나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안병우 예산청장 등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도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정부는 98년에 2번에 걸쳐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 재정을 적자로
짜야만 했다.

99년 예산도 적자로 편성했다.

이같은 재정 적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년간은 재정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물론 이것도 경제회복이 순조롭게 된다는 가정 아래서다.

적자재정은 국민들에겐 빚 부담을 의미한다.

정부는 적자보전을 위해 올해 국채 11조7천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내년에는 13조5천억원어치가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한 원금과 이자부담은 모두 국민 몫이다.

실제로 내년 국민 1인당 조세부담은 올해 1백83만1천원보다 약간 많아진
1백86만8천원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