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을 보거나 느끼려면 아름다움을 알아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일산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을 돕는 "자원봉사회"는 장애인 돕기
를 세상에서 가장 큰 아름다움과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자원봉사회가 발족한 것은 지난 96년 3월이다.

전업주부, 중소기업 임직원, 방송사 직원, 교사, 영화감독, 서양화가 등
30여명이 모였다.

매주 수요일 오후3시~5시 특별활동시간 학생들에게 글짓기 합창 연극영화
그림 영어 일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0월말에는 학생들의 발표회가 열렸다.

먼저 몸짓(수화)으로 하는 농아 학생들의 합창이 있었다.

수화담당 자원봉사자인 권희숙 선생님의 작품이다.

탈춤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북소리는 듣지 못해도 북 치는 모습만 보고 탈춤을 덩실덩실 췄다.

전업주부이면서 틈틈이 춤을 지도한 한성희 선생님께 감사하고 싶다.

문단에 막 등단한 작가 정수남 선생님과 한국방송공사에 근무하는 권주리에
씨는 작문법을 지도한다.

이들이 일궈낸 학생들의 졸업문집 한권 또한 알찬 수확이다.

일산서예학원을 경영하는 강석영 선생님은 나이 일흔을 넘기고도 봉사활동에
열성이다.

교직에 있으면서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김한선 선생님과 함께 고사성어를
가르친다.

컬러믹스를 가르치는 김남숙선생님은 결혼 적령기임에도 봉사에 더
열중이다.

주부인 김정미 김은옥 선생님은 일본어를 맡고 있다.

이밖에 조규남 목사님과 외국인 하디슨은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영화 "실락원"의 부감독을 맡았던 강익모씨는 연극 영화를 3년째 가르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 더 잘 알려진 서양화가 권영숙 선생님이 지도하신 그림은
강당 벽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 학교의 한덕진 생활지도과장과 봉사회
총무 겸 서예선생님인 이희섭씨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일궈낸 이 발표회는 소리없는 "몸짓만의 축제"였다.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앞으로 자원봉사자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더 아름다운 축제로 이어질
것이다.

김달호 < 두성전자산업(주) 대표이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