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란 직종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80년대말 "토지
공개념"이 도입된 후부터다.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주요 정책수단인 공시지가 제도를 마련하자 공시지가
를 산정하는 감정평가사가 자연스럽게 인기직업으로 부상한 것.

때마침 불어닥친 부동산경기 호황도 감정평가사의 지위를 높여 줬다.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억대를 넘는 고소득자가 속출했다.

"연봉 1억원이 보장되는 20세기 최고의 자격증"이란 선전문구가 수험생
모집광고에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 무슨 일을 하나 =감정평가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공시지가 조사, 공공사업에 편입되는 토지 건물 영업권 등의 보상평가,
대출을 위한 담보물 평가, 경매물건 평가, 기업의 인수 및 합병시 자산평가
등 업무영역은 실로 광범위하다.

보상을 위한 영업권 평가만 하더라도 그 대상이 구멍가게 식당 옷집 술집
공장 기계설비 등 수백가지에 이른다.

따라서 감정평가사라면 다양한 업종의 기본적인 특징을 모두 알아야 한다.

재산가치를 평가하는 만큼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담보물건 평가를 예로 들어보자.

의뢰자는 담보물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 인정받기 원한다.

이에반해 채권회수가 주목적인 금융기관은 가능한한 보수적인 가격을 요구
한다.

감정평가사의 역할은 바로 채권회수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담보물
의 가치를 최대한 반영, 적정한 대출이 이뤄져 경제활동이 원활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 업계 현황 =국내에는 1천5백여명이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1천명 정도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대부분은 정부재투자기관인 한국감정원이나 17개 감정평가법인 소속이다.

일부는 합동사무소(감정사 10인 이상)나 개인단독사무소를 열고 있다.

직능단체로는 한국감정평가업협회가 있다.

이 기관은 회원의 교육 연구개발 업무조정 등 업계전반의 관리를 담당한다.

감정평가법인은 현재 기존의 감정평가업무 이외에 부동산컨설팅 부동산관리
부동산매매 등 종합부동산회사로 변신을 모색하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컨설턴트 공인중개사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등을 영입, 몸집불리기에
열심이다.

IMF체제 이후 외국계 종합부동산회사들이 몰려오자 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 어떻게 되나 =전공 나이 학력제한이 없다.

그러나 시험과목과 관계되는 회계학 경제학 법학과를 나오면 일단 유리하다.

감정평가업무가 워낙 넓다보니 최근엔 기계 화공 건축 토목 등 이공계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매년 시험이 있지만 평가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올해의 경우 1백명을 뽑는데 무려 4천5백98명이 응시했다.

일명 "부동산 고시"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차 시험은 민법(총칙 물권) 경제학원론 회계학 부동산관계법규 등 4과목
이다.

모두 객관식으로 출제되며 평균 60점을 넘어야 합격이다.

그러나 한 과목 점수가 40점 미만이면 과락이다.

1차 합격자에 한해 1차시험을 1년간 면제해 준다.

2차 시험은 논술식이다.

시험과목은 감정평가실무, 감정평가이론, 감정평가 및 보상법규 등 세가지.

부동산학과 교수나 감정평가사들이 지은 관련서적이나 논문을 탐독해야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보통 학원에서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1~2년간 공부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게 수험생들의 중론이다.

시험에 합격해도 2년간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손에 쥘
수 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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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