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부의 효과'와 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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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인들의 소비 행태가 "30년대와 흡사한 양상"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9월중 마이너스 1%를 기록했던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10월에는 마이너스
2%로 더 악화됐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미국 연방 정부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59년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의 경우 공식 통계는 없다.
아마 3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유례"를 찾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의 지적이다.
물론 소비의 의미가 30년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공황기 당시 미국 사람들이 남의 것까지 끌어 들여가며 돈을 쓰기에
급급했던 것은 "생존(to survive)"을 위해서 였다.
그러나 요즘의 과소비는 생존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
"왕자병(to live like kings)"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런 진단의 논거로 드는 것이 대공황기 이후 나타났던 역대
경기 확장기와 8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 호황기의 소비증가율 패턴이다.
60년대와 80년대의 호황기 당시에는 경기가 확장국면을 맞은 초기 5년동안
각종 소비가 왕성하게 증가하다가, 이후에는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내구 소비재에 대한 지출의 경우 첫 5년동안 연평균 10.5% 증가하다가
이후 3년동안은 6% 증가로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그칠줄을 모른다.
91년이후 5년동안 연평균 6%의 증가율을 보였던 내구재소비는 96년 이후
7.5%로 더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가구 컴퓨터 가전제품 등 내구 소비재의 경우는 호황
초기에 소비가 집중됐다가 이후 매기가 잦아드는게 정상적인 패턴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가계가 불경기 동안 이들 내구재 구입을 자제했다가 경기가 회복
되기 시작하면서 다투어 쇼핑에 나서기 때문이다.
결국 요즘 일고 있는 소비 붐은 절실한 수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사치욕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사치 욕구가 급기야 저축을 갉아먹는 단계로까지 이르렀다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치 심리를 받쳐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최근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주가의 고공비행이다.
너도 나도 주식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미국인들이 주가상승이 계속되자
그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흠뻑 취해 버린 셈이다.
문제는 요즘 미국의 주가상승이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는 전형적 "금융
장세"라는 점이다.
실적장세와 달리 이런 식의 주가는 언제든 급락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에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미국경제 전반이 일대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공교롭게 한국 역시 요즘 주식시장의 돌연한 활황으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갑작스런 "부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내년중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 이를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도 증시 활황이 기업들의 실물경제와는 무관한, 전형적인
금융 장세에 의존하고 있다.
증시가 좀 좋아지는 것을 두고 아직 고통스런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
체제 아래 있다는 점을 잊지나 않을지 걱적이 아닐 수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
있다.
지난 9월 이후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9월중 마이너스 1%를 기록했던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10월에는 마이너스
2%로 더 악화됐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미국 연방 정부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59년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의 경우 공식 통계는 없다.
아마 3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유례"를 찾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의 지적이다.
물론 소비의 의미가 30년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공황기 당시 미국 사람들이 남의 것까지 끌어 들여가며 돈을 쓰기에
급급했던 것은 "생존(to survive)"을 위해서 였다.
그러나 요즘의 과소비는 생존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
"왕자병(to live like kings)"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런 진단의 논거로 드는 것이 대공황기 이후 나타났던 역대
경기 확장기와 8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 호황기의 소비증가율 패턴이다.
60년대와 80년대의 호황기 당시에는 경기가 확장국면을 맞은 초기 5년동안
각종 소비가 왕성하게 증가하다가, 이후에는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내구 소비재에 대한 지출의 경우 첫 5년동안 연평균 10.5% 증가하다가
이후 3년동안은 6% 증가로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그칠줄을 모른다.
91년이후 5년동안 연평균 6%의 증가율을 보였던 내구재소비는 96년 이후
7.5%로 더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가구 컴퓨터 가전제품 등 내구 소비재의 경우는 호황
초기에 소비가 집중됐다가 이후 매기가 잦아드는게 정상적인 패턴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가계가 불경기 동안 이들 내구재 구입을 자제했다가 경기가 회복
되기 시작하면서 다투어 쇼핑에 나서기 때문이다.
결국 요즘 일고 있는 소비 붐은 절실한 수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사치욕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사치 욕구가 급기야 저축을 갉아먹는 단계로까지 이르렀다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치 심리를 받쳐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최근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주가의 고공비행이다.
너도 나도 주식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미국인들이 주가상승이 계속되자
그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흠뻑 취해 버린 셈이다.
문제는 요즘 미국의 주가상승이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는 전형적 "금융
장세"라는 점이다.
실적장세와 달리 이런 식의 주가는 언제든 급락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에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미국경제 전반이 일대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공교롭게 한국 역시 요즘 주식시장의 돌연한 활황으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갑작스런 "부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내년중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 이를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도 증시 활황이 기업들의 실물경제와는 무관한, 전형적인
금융 장세에 의존하고 있다.
증시가 좀 좋아지는 것을 두고 아직 고통스런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
체제 아래 있다는 점을 잊지나 않을지 걱적이 아닐 수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