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재무구조개선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지나치게 차입경영에 의존해왔다.

개발연대의 압축성장과정에서 가장 편리한 자금조달수단은 역시 금융권
차입이었다.

경영자의 능력은 은행에서 누가 더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났다.

그러나 고도성장이 막을 내리고 경제성장이 뒷걸음치자 차입경영은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1천원어치 물건을 팔기 위해 약 7백원정도의 빚을
얻어썼으며 이중 85원을 이자로 갚아야 한다.

당연히 경영수지가 급격히 악화됐고 부도기업이 줄을 이었다.

제조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전체 차입금의 16%에 불과해 자력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 부채중 1년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의 비중이
60%로 차입금상환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이 채권자에 지불한 이자는 평균 15.62%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고경영자들은 당장의 기업생존과 재무구조개선이라는
두가지 중책을 떠맡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재무구조개선 방법은 부채비율을 낮추며
동시에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안으로는 유상증자 기업소유주의 사재기부 채무변제
자산재평가 부채와 자산 상계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상증자 재산헌납 등 외부로부터 자금유입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일단 유동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현금회수기간 등을 감안할 경우 국내 기업의 적정 현금
보유액은 현재보다 2배이상 많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GM은 사내유보금을 지난 90년 3억달러에서 97년 1백40억달러로 늘렸다.

크라이슬러도 비축자금을 15억달러에서 51억달러로 늘렸다.

선진국에서는 현금흐름을 사업구조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GE가 81년부터 10년동안 2백60억달러의 신규사업을 매수하고 1백10억달러의
사업부문을 매각한 것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데 따른
결과였다.

미국에서는 현금흐름으로 기업가치가 결정되기도 한다.

우리기업도 자산매각 보유어음할인 회사채 발행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현금보유액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고정비용인 인건비 등을 변동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경영실적에 따라 인건비 지출을 조절하고 아웃소싱을 활용해
기업의 현금유출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대상업무의 규모나 시장성에 따라 분사나 전문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도위기 기업은 채권회수를 극대화하고 자산 설비 재고의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마다 독특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 역시 각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재무구조개선방안을 막다른 골목에 몰려 마련할 경우 그 효과가
떨어진다.

즉 신용도가 높고 투자가치가 있는 우량 기업은 유상증자만으로 재무구조를
강화할 수 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은 일단 자산 등을
처분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