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중 7곳은 정부가 내년중 도입하려는 기업연금제도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제도의 도입 자체를 찬성한다는 업체도 전체의 79.8%에 이르고 있다.

IMF 체제이후 어려워진 경영여건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기업연금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연 매출 20억원이상이 1천6백37개
기업(응답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직금제도 성향조사 결과 밝혀졌다.

신한생명 후원으로 이루어진 이번 조사는 기업연금제도와 관련된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체 응답기업의 96.7%가 기업연금 도입을 검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후 1년안에 가입하겠다는 기업은 고작 9.5%에 머물러
이 제도에 대한 기업의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현행 퇴직금 제도에 별 불만이 없거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게 주
이유였다.

기업연금 및 현행 퇴직금제도에 관해 국내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이번 설문조사 내용을 부문별로 알아본다.

<> 기업연금에 관한 인지도가 60%를 넘는다

총 응답업체의 62.3%가 기업연금제도에 관한 자료를 접해 봤다고 답했다.

10개 기업중 7곳정도는 선진국형 복지제도중의 하나인 기업연금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경로를 통해 기업연금제도를 접해 보았냐는 질문에 신문 등 매스컴을
통해서라고 답한 기업이 5백84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생명보험사에서 얘기를 들었다는 기업도 5백10개에 달했다.

기업연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보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반증
하고 있다.

은행과 손해보험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접했다는 기업은 각각 90개와 78개
였다.

특히 경영여건이 상당히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대비해 가입 여부를 검토한 기업은 무려 96.7%를 차지했다.

이중 심도있게 검토했다고 답한 기업도 39.9%에 달했다.

제도도입에 대한 찬성여부를 묻는 질문에 42.4%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조건부 찬성이란 입장도 37.3%에 이르렀다.

조건부 찬성이라고 답한 기업 대부분은 세제 혜택부문을 강조, 기존의
단체퇴직보험보다 더 많은 세제상 메리트가 부여될 경우 기업연금제도가
기대이상으로 빨리 국내에도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연금 도입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도 국내 기업들은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제상 혜택을 보기 위해 가입하겠다는 답이 전체의 35.8%로 가장 많았고
<>종업원의 요구 27.4% <>금융기관의 자금 사용 20.7%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들의 이같은 호의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입 시기는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시기를 알아본 결과 현 여건상 불투명하다는
답이 전체의 56%에 달했고 3년안에는 할 수 있을 것이란 응답이 16.7%를
차지했다.

반면 즉시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기업은 전체의 9.5%에 그쳤다.

가입 의사가 없다는 곳은 17.8%였으며 그 사유로는 자금사정(53.9%) 현
제도 만족(31.6%) 기타 (14.5%) 등이었다.

<> 퇴직금제도 바꿀 때는 노사협의가 가장 중요

국내 기업의 83.3%는 근로기준법을 적용, 종업원들에게 퇴직금을 보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기간이 길수록 퇴직금을 더 많이 지급하도록 돼 있는 누진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13.6%에 머물렀다.

근로기준법상 제도와 누진제를 복합적용하거나 연봉제를 운용하는 기업은
3.1%에 불과했다.

특히 퇴직금제도를 바꿀 경우에는 노사협의회를 구성, 결정하겠다는 기업이
전체의 55.7%으로 주주총회 의결 또는 타사 동향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기업
(18%)을 훨씬 웃돌았다.

제도 변경이후 문제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고려인 것으로 풀이됐다.

일정한도의 손비인정을 받는 생보사의 단체퇴직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전체의 43.2%에 머물러 절반을 밑돌았다.

엄밀히 말해 종업원 몫인 퇴직금 재원을 기업내부에 유보해 회사 자금으로
활용하는 곳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업 도산시 종업원이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위험성도 높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직 퇴직적립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자금사정을 꼽은 기업이 전체의
65.1%에 달했고 은행 등 타 금융기관의 예금에 들어 놓았다는 답도 11.4%를
차지했다.

<> 기업연금 거래대상으로는 은행 생명보험 순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돼 실제 가입할 때 당신은 어떤 금융기관을 택하겠느냐
는 물음(복수 응답)에 대해 응답 업체의 45.2%가 은행을 꼽았다.

은행과 생명보험에 함께 가입하겠다는 업체(14.8%)까지 감안한다면 10곳중
6곳이 은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와 거래한다는 기업은 11.3%를 차지, 그 뒤를 이었으며
손해보험사 2% 투자신탁사 1.6% 순이었다.

복수응답으론 은행과 생보를 꼽은 기업(14.8%) 이외에는 은행 투신(2.8%)
은행 손보(1%) 투신 생보(0.8%) 생보 손보(0.7%) 등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 거래 금융기관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전체의 19%에 달해
은행 생명보험 등을 중심으로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한 치열한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기업들은 기업연금 수탁기관을 고르는데 있어 금융기관의 안전성을 꼽은
곳이 전체의 67.7%로 가장 많았고 <>수익성 17.3% <>부대서비스 7.4% 순으로
다른 금융거래 기준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송재조 기자 songj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