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Tkim@MAF.GO.KR >

요즘 농촌에 농산물 도둑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IMF관리체제로 농가의 생계가 어려운 시점에 농산물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농촌에 들끓고 있다니 참으로 할말을 잃게 만든다.

농산물이 무엇인가.

농민들이 뙤약볕에, 장마중에 온갖 힘과 성을 다해 땀흘려 생산한 자식과
같은 농산물을 트럭채로 몽땅 싹쓸어 간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세상인심이 어찌 이렇게까지 각박해졌는지 안타
깝기 그지없다.

수매를 위해 쌓아놓은 벼, 건조중인 고추, 몇년 정성들여 재배한 인삼밭,
사육중인 소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돈되는 것이라면 모두 가져간다고 한다.

농민들도 농산물 도난사건이 잇따르자 마을별로 구성된 작목반, 부녀회,
영농회, 마을청년회를 동원해 농산물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일년농사에 지친 심신을 채 쉬지도 못하고 도둑막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찰도 농산물창고와 건조장 등 취약지역에 대한 특별검색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어릴때 시골서 자란 사람들은 참외 수박 등을 서리하던 향수어린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군것질거리가 없던 시절, 주인눈을 피해 잘익은 수박 한 두개 서리해서
동네친구들과 나눠먹던 장면은 당시 낯설지 않은 농촌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잘익은 것만 골라 꼭 먹을 만큼만 땄다.

또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갓달린 열매나 순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동네어른들도 개구쟁이의 장난쯤으로 너그럽게 눈감아 주곤했다.

그런데 지금의 농산물 도둑질은 인정사정 없는 범죄행위다.

농가의 1년 소득을 송두리째 빼앗아 생계를 위협할뿐아니라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나누는 순박한 농심마저 손상시키는 파렴치한 범죄인 것이다.

농산물을 훔치는 범죄는 다른 절도범과 달리 중벌로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