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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안락사 .. 노향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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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한 의사가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말기환자를 안락사시키는 장면이
    TV로 방영되었다.

    그 모습을 본 미국민들은 충격을 받는 장면도 나왔다.

    해외 단신으로 방영되었지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그 의사는 태연하게 "나를 구속시켜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의사는 구속되었다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명경시 풍조가 있는데 그 의사는 인간사랑을 포기한
    냉혈인간 같아서 더 충격적이었다.

    환자가 아무리 고통스런 병에 시달려 곧 죽을 운명이라 해도 환자 자신이
    임의로 죽을 자유가 없을 뿐더러 어떤 의사도 그런 환자를 최후까지
    치료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는 것이다.

    루게릭 병이란 암처럼 무서운 병이라 한다.

    근육이 마비되어 결국 죽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생명의 존엄성은 그만큼 소중해서 살아있는 동안은 어떤 실험용도 될 수
    없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세계명작이 된 것도 작가의 생명사랑에 있었다.

    병상에 누워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한 소녀가 담쟁이 덩굴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이 자신의 처지같아 절망하며 잎새를 센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친구가 노인 화가에게 부탁해서 그려온 잎새 하나
    를 창밖에다 붙인다.

    주인공은 눈치채지 못하고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으니 자신도
    살아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살아났고 노인 화가는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그녀를 위해
    마지막 잎새를 그려놓고 죽는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목숨을 향한 인간심리의 단면을 그렸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단편이다.

    더욱이 생명사랑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어서 안락사시킨 그 의사와
    대비된다.

    누구도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없지만 가끔은, 죽을 병까지도 이기는
    사람을 보면서 인간승리니 불굴의 의지니 해서 우리는 감탄하지 않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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