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위기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환란을 비켜갔던 주변국들은
정작 이제부터 난관을 맞고 있다.

주변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성장률 둔화,실업증가등 전형적인
디플레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각각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위기"로 가지는 않겠지만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가 선택한 경제위기 대처방안은 국제
경제계로부터의 "독립"이다.

고정환율제와 외환통제가 그것이다.

독자노선이었다.

국제경제계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이 극약처방은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00선에서 맴돌던 종합주가지수는 500선까지 올라섰다.

작년에 7.8%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에 마이너스 4.8%로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유동성 부족, 은행의 부실채권 누적,
경상수지 적자 확대등 고질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어 경제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던 안와르 부총리를 구속한 이후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최악의 경우 "통제불능"이 우려되고 있다.

<> 홍콩 =실업률에서 경제현황을 읽을수 있다.

지난 8~10월동안 실업률은 5.3%였다.

홍콩정부가 지난 81년 실업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최악이다.

지난해 절정에 달했던 부동산 가격은 올들어 무려 절반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수출은 감소추세다.

관광객도 크게 줄었고 소비지출 감소로 잘되는 업종이 없다.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4.5%대를 유지해왔던 경제성장률은 지난 2.4분기에
마이너스 5.2%로 추락했다.

금융시장이 안정조짐을 보이고 있는게 다소 위안이기는 하다.

국제투기자본의 공격과 엔화약세로 한때 6천6백선까지 곤두박질했던
항셍지수는 현재 1만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홍콩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대책을 내놓고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싱가포르 =시간이 지날수록 아시아 금융위기 중심부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지난 85년(마이너스 1.6%)이후 13년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지난 9월의 실업률은 4.5%로 6월(2.3%)의 거의 2배수준으로 높아졌다.

인접한 아세안 국가들이 부실해지면서 동반부실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분기별 성장률이 최소한 1%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지하철 건설, 임금인하, 부동산경기 활성화등 강력한 경제회복책을
준비중이다.

민간경제학자들은 그러나 아세안국가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내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대만 =상반기까지만해도 비교적 건실했지만 하반기들면서 서서히 먹구름
이 드리워지고 있다.

수출감소 기업활동위축 실업률증가 성장률둔화 등 경기후퇴 조짐이
완연하다.

대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11%로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4.8%선
이하로 떨어질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월 9천2백포인트를 기록했던 타이베이(대북)증시의 가권지수는 현재
7천1백포인트선으로 떨어졌다.

대만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출감소다.

지난 9월에는 작년 동기 대비 12.4%나 줄어든 95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이에따라 기업도산이 늘면서 실업자가 급증, 현재 실업률은 연초의
2.8%선에서 3.5%에 육박하고 있다.

<> 중국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고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 3.4분기중 경제성장률은 7.2%를 기록했다.

목표치(8%)에 미달하기는 했지만 아시아 국가중 최고다.

위안화 절하에 대한 우려도 불식됐다.

그러나 위험한 징후들도 있다.

올들어 9개월동안 수출증가율은 3.8%로 작년(20%)보다 크게 둔화됐다.

수출부진에 내수 위축이 겹쳐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도시지역 실업률이 3%안팎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 10월초 광둥국제투자신탁공사(GITIC)의 도산으로 중국금융산업의
총체적인 부실이 확인됐다.

현재 중국 4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액은 2천7백억~3천6백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부실과 국영기업 정리가 큰 과제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