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농민들이 추곡수매현장에 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산지쌀가격이 정부의 추곡수매가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농민들이
추곡수매에 불응, 값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7백70만석을 수매하려던 정부의 쌀확보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으며 내년 쌀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일 농림부에 따르면 최근 산지 쌀가격이 정부의 추곡수매가보다 가마당
1천~2천원씩 높게 형성돼 농민들은 정부 추곡보다 값을 더 얹어주는
산지수집 및 도매상 등에게 팔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곡수매 물량은 지난달 19일 시작된 이래 지난달 28일
현재 예정물량(7백70만석)의 71.1%인 5백47만석에 그치고 있다.

일선 추곡수매담당자들은 "산지 가격동향이 심상찮아 추곡수매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물량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산지 가격동향이 불안정한 것은 국내외 곡물수급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식량관리국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홍수와 세계기상이변 등으로 쌀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농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산지농민들은 내년에 쌀값이 오르리라는 기대심리로 정부와의
계약재배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봄 농민들은 추곡수매에 내놓기로하고 정부로부터 40kg짜리 한 부대
당 2만1천원의 선금을 받았으나 위약금을 물고라도 산지도매상들에게
팔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물어야 하는 연리 7%의 위약금보다는 산지수집상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응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에서 형성된 가마니당 가격은 1등급 기준으로 정부수매가인
5만2천4백70원보다 1천원이 높은 5만3천4백원이상 선에서 형성돼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