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물속에서 나이스 샷을 날렸듯이 누구나 희망을 잃지않는다면
새로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합니다.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 성과는 더 빨라질 겁니다"

서울논현동에있는 테마식당 "그늘집".

김덕기(49)씨가 운영하는 이식당에 들어서면 여느 식당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홀은 물론이고 방마다 박세리의 멋진 스윙 폼, 타이거 우즈의 벙커 탈출샷,
최상호 프로의 퍼팅모습등 골퍼들의 모습이 온 벽을 장식하고 있다.

방이름도 홀인원, 알바트로스, 이글이다.

북적대는 고객도 대부분이 골퍼들이다.

김사장은 자신의 식당을 "골프테마식당"이라고 부른다.

메뉴야 세꼬시회, 회덮밥, 된장찌개 등으로 평범하지만 확실한 고객층을
겨냥한 이색식당이다.

"60년대는 양, 70년대는 맛, 80년대는 서비스, 90년대는 분위기에 승부를 건
식당이 성공했습니다.

2000년대는 취미가 맞는 확실한 계층을 타겟으로 하는 테마식당에 사람이
몰릴 것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29일 식당을 연이래 음식업 철학까지 갖게 됐다.

이같은 철학은 IMF불황속에서도 하루 1백50만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릴 수
있는 밑거름이다.

김씨가 처음부터 요리사출신이거나 식당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씨는 한때는 잘 나가가던 증권맨이었다.

LG증권 영동지점장으로 수신고 1, 2위를 다투어보기도 했다.

본사 홍보실장 시절에는 새로운 홍보전략으로 인정도 받았다.

그러던 지난 95년 회사는 명예퇴직 신청자를 접수한다는 공고문을 내걸었다.

당시로서는 낯선 퇴직제도여서 모두가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노골적인 압력은 없었지만 김씨도 다른 직원들처럼 고민에 빠졌다.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에 끝까지 도전해볼까, 아니면 월급쟁이 생활을
때려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볼까".

이같은 기로에서 잠롯이른 날도 많았다.

김실장은 고민끝에 결단을 내렸다.

가보지 않은길을 개척하기로 한것.

김씨가 선택한 사업은 골프의류 주문생산및 판매.

"골프장에만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 비슷한게
밀려 옵디다.

그래서 장사를 해도 골프장에 자주 갈 수 있는 장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증권사 지점장 시절 고객관리차원에서 배우기 시작해 1년만에 싱글로
올라선 광적인 골프취미가 평생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취미같지만은 않았다.

불황의 한파는 김씨에게도 여지없이 몰아닥쳤다.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의류사업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골프백으로 아이템을 바꿨으나 마찬가지.

지난해 거래 중소기업들이 연쇄부도를 당하면서 갖고 있던 14장의 어음
가운데 8장이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그래서 현금장사에 눈을 돌려 손댄 사업이 바로 식당 "그늘집"이다.

IMF 1년을 헤쳐 나온 김씨의 무기는 두가지.

취미를 살린 창업과 차별화전략이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