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전쟁"

세계 철강업계에 떠오른 화두다.

전투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과 유럽의 연합군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올들어 급속히 증가한 아시아국가들의 수출물량.

미국과 EU는 아시아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덤핑까지 하고 있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국가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WTO에서 판가름내자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사실 올들어 아시아국가들의 철강수출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일본만해도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대한 수출물량을 21.5%나 늘려
놓고 있다.

한국도 작년보다 45%정도 더 실어낼게 확실하다.

이밖에 인도 중국등의 수출물량도 최근들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EU와 미국의 시각은 이처럼 급속한 수출확대가 정부의 보조금지급이나
덤핑행위 없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

미국과 EU의 철강업계는 물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까지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EU는 이미 한국과 인도에서 들여오는 스테인리스 강철에 대해 25%의 상계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냉열강판과 핫코일등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수출이 늘어난 것은 환율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항변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자연히
수출이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아시아국가들은 한발 더나가 "EU와 미국의 이러한 무리한 반덤핑 조사야
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하고 있다.

"덤핑행위로 판정날 경우 해당국 수입업자들도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이용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하지마 노튼 인도철강산업
분석가)는 것.

그래서 입씨름을 하지 말고 아예 WTO로 넘겨 조사를 하자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싸움터가 철강 이외의 산업까지 무차별 확산될 조짐이
있다는 점이다.

EU에서 보호무역주의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다음 타깃은 한국의
조선업이라는 말이 이미 돌고 있을 정도다.

EU 조선업협회는 IMF의 지원자금이 한국 조선업계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런 타깃엔 전자 섬유 신발 등도 포함되어 있다.

수출을 통해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는 아시아국가들의 노력이
선진국들의 뒷다리잡기로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