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화 <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phyoo362@hitel.net >

지금 우리는 대단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이번 불황이 우리가 과거에 여러차례 겪었던 일시적인 불경기와 다른 점은
불황의 원인이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불황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아니할수 없다.

이런 불황기에 우리 기업은 어떤 마케팅전략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가.

결론은 두가지다.

하나는 불황기라고 해서 마케팅의 근본원리가 달라질수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불황기야말로 마케팅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잘되는 회사나 제품은 아직도
많다.

두산경월의 그린소주 피자헛 농심라면 에스원 조선업계는 오히려 호황이다.

길거리의 스티커사진은 코흘리개들의 돈을 쉴새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기업은 불황을 거치면서 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힘들기는 하겠지만 불황을 더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불황기에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불황기에 더욱 철저히 새겨야 하는 마케팅
의 근본원리는 IBM과 모빌 오일의 사례에서 찾아볼수 있다.

IBM은 90년대들어 3년동안 누적적자가 무려 1백80억원에 이르는 등 엄청난
위기에 부딪쳤다.

하지만 93년 루 거스트너가 회장으로 취임하고난 후 5년이 지난 지금 IBM은
제2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이익은 늘어나고 주가는 오르고 있다.

종업원도 다시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IBM이 재기에 성공한 원인을 전문가들은 제과회사 출신인 거스트너
회장의 철저한 고객지향정신과 경영자로서 뛰어난 통찰력에서 찾고 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어떤 기술이나 컴퓨터 자체가 아니고 고객자신이
부딪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solutions)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IBM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총동원해 해결책 위주의 전략을
전개했고 이것이 주효한 것이다.

모빌 오일의 경우도 시장을 잘 읽어서 성공한 사례다.

미국의 휘발유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오랫동안 휘발유 시장에서 경쟁의 무기로 가장 많이 쓰인 마케팅도구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모빌오일은 정밀한 조사기법을 써서 시장을 세분한 결과 운전자들의
불과 20%만이 가격민감층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 회사는 가격에 영향을 덜받고 오히려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부수적인 서비스와 상표가 주는 부가가치에 더 민감한 다른 세부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 시장이 훨씬 더 실속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한 어떤 마케팅사례를 보아도 사실 그 시사점은 대체로
비슷하다.

모든 것을 고객의 눈으로 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고객지향정신과 그것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하는 마케팅전문성을 고루 갖추는 것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이런 기본원리에 바탕을 둔 마케팅전략은 더욱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