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딜러의 세계는 흔히 1초만에 승부가 나는 곳으로 표현된다.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하루 수십, 수백억달러를 거래하며 한순간에 수백억원
을 벌수도 있고 반대로 알거지 신세로 전락할수도 있다.

백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지난 95년 닉 닐슨이라는 젊은
선물딜러의 투자 실패로 회사를 네덜란드 ING은행에 넘겨줘야 했던 사실은
선물거래가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산업임을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리스크가 큰만큼 투자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보상을 받을수 있어 승부욕이
있고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엔 매력적인 곳이다.

LG선물 윤경은(37) 부장은 선물거래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87년 외국어대 졸업후 영국계 선물회사인 제럴드에서 선물딜러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선물을 잘 알지도 못하고 딜러라는 용어 자체도 낯설던
때였다.

일부 대기업이 외국계 금융회사를 통해 원자재 구매차원서 상품선물을
의뢰하는 수준이었다.

"대학시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슴 한구석에
있었습니다. 마침 친구 추천으로 우연히 제럴드와 인터뷰하게된 것이
인생항로를 선물딜러로 바꿔 놓았습니다"

89년 프랑스 파리바은행 서울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원유 등 에너지
상품과 금융파생상품 선물딜러로 명성을 날렸다.

착실히 현장 경험을 쌓던 그는 국내선물 산업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마음
으로 수많은 스카웃제의를 마다한채 93년 LG선물 창립시 자리를 옮겼다.

LG선물에서 윤 부장의 역할은 20여명에 이르는 딜러의 모든 거래를
총책임지는 것.

물론 자신이 직접 거래도 한다.

그의 손을 거치는 거래는 하루 80개 상품에 15억달러에 달한다.

한눈 팔 시간이 없다.

주요 거래품목은 비철금속과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 등이다.

엔화 등락이 심한 요즘엔 대부분 외환선물에 매달리고 있다.

"선물거래는 전형적으로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볼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0.01%의 수익을 위해 경쟁합니다"

선물시장은 매일 승패가 드러나는 총칼없는 전쟁터다.

그래서 그는 매일매일을 "자기와의 싸움"으로 보낸다.

선물딜러란 직업은 엄청난 인내와 고통을 요구한다.

날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다.

선물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런던 시장이 개장하는 오후4시부터 뉴욕시장이
문을 닫는 새벽 5시30분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못한다.

시장이 열리기 전엔 각종 자료를 점검하고 국제뉴스를 체크, 컴퓨터를
통한 세계의 선물딜러와 전쟁에 대비한다.

피말리는 긴장을 풀기 위해 윤 부장은 하루에 3갑정도의 담배를 피운다.

이처럼 긴장속에서 보내지만 초단위 거래가 예상대로 맞았을때 말못할
희열을 느낀다.

하루에도 몇번씩 때려치워야지 하면서도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은 바로
선물이 가진 이런 매력 때문이다.

윤 부장은 국제 금융시장이 자유로와지면서 선물과 관련된 첨단금융기법이
대거 개발되고 있어 선물딜러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다.

선물딜러가 되려면 어학은 물론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과 경제상식을 기본적
으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세계 경제 흐름을 한눈에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