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이번 회의를 통해 일본이 세계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여전히 아시아 경제의 맹주임을 부각시킨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밝힌 내수부양 등 일본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들의 진척상황을
설명하는 동시에 세계경제 안정처방을 다시한번 강조한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회복을 위한 강력한 의지뿐 아니라 능력도
있음을 알려 적어도 아시아경제에서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이른바 "미야자와 플랜"을 내놓았다.

아시아 각국에 3백억달러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등과는 구체적인 지원계획도 논의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협력해 아시아국가들이 발행한 채권에 보증을
서 주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제금융시스템 개편 문제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국제결제은행(BIS)의 금융감독국을
떼어내 새로운 국제금융감독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그 사례다.

이는 2차대전이후 지속된 브레튼우즈 체제를 전반적으로 고치자는 주장
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헤지펀드 규제론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여야한다며 엔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런가하면 선진국들이 그동안 입이 아플 정도로 요구해온 내수부양과
부실금융 정리에도 상당히 의욕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추경예산안을 대폭 손질해 세금감면을 늘리고 재정투자를 대대적으로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부실금융 정리를 위한 입법조치는 마쳤다.

문제의 장기신용은행을 국유화하는 조치에도 착수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엔화는 상당수준 회복됐고 박스권의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도 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하기 위한 협력체제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국에 대한 공조체제도 강조할 예정이다.

이같은 태도를 통해 일본은 이번 회의를 경제강국으로서의 일본의 위상을
확인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APEC 회의에 앞서 고무라 일본외상은 지난2일부터 7일까지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현안이 되고 있는 수산물및 임산물 관세인하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한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APEC 회의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달라는 주문에 오히려
더 치중했다.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거론할 때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을 우려해 동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