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 < 외교통상부 장관 >

11월 중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는 APEC(아.태 경제협력체)
제6차 정상회의(17~18일)와 제10차 각료회의(14~15일)가 각각 개최된다.

APEC은 태평양에 연해있는 아시아, 대양주및 미주지역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하는 정부간 경제협력체로서 우리나라와 호주의 주도적인 역할로 1989년 출항
이래 올해로 1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APEC은 1989년 출범 당시 회원국들간의 사회.문화적 이질성, 경제발전 단계
의 차이 등으로 인해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로서 시작했다.

1993년부터 정상회의가 정례화되면서 정상들의 정치적 결정에 기초하여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협력이 가능해짐으로써 "아.태 공동체"
구축이라는 장기 비전, 역내 무역자유화 목표 연도 설정, 그리고 협력의
구체적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역내 협력체로의 발진을 착실히
진행해왔다.

또한 금년 정상회의부터는 러시아 베트남 페루의 가입으로 회원국 수가
기존의 18개국에서 21개국으로 확대될 예정으로 있어 이제 APEC은 양적.질적
인 발전을 동시에 이룩하며 명실상부한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체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확립해 가고 있다.

우리가 속해있는 아.태지역의 경제적 중요성은 우선 이 지역이 세계 총
생산량의 63%, 세계 총 무역량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어 이 지역의 원활한 경제협력은 세계 경제 번영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이 지역을 강타한 금융.외환 위기로 인해 경제가 다소 위축되어
있지만 이 지역이 지니고 있는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고려해 볼 때 아.태지역
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금번 정상회의에서는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모색
과 "인적자본 개발"과 "미래를 위한 기술이용"을 중심으로 한 경제.기술협력
의 핵심 협력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 예정이다.

특히 역내 최대 관심사항인 금융위기 극복 방안과 함께 세계적인 관심 사항
인 국제 금융 체제 개선,단기자본 이동 규제등의 금융 문제에 대해서도
정상간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 역내 및 국제 금융안정을 위한 APEC 차원의
구체적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APEC의 대내.외적 신인도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APEC은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역내 유일한 경제협력체일뿐 아니라
우리나라 총 교역의 68%, 우리나라 총 해외투자의 65%를 차지하는 지역 단위
의 최대 경제 파트너다.

또한 APEC은 동남아국가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 중화경제권과 같은 소지역
경제권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이들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단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도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함에 따라 APEC을 통해 우리의 외교안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금번 정상회의를 전후해서는 11월11~15일간 우리 대통령의 방중,
그리고 11월20~22일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한등을 통해 미.중 양국과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 한반도및 동북아 정세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기간중 말레이시아 캐나다 호주
칠레 싱가포르 태국 뉴질랜드 등 APEC 회원국 정상들과의 개별 양자회담을
통해 이들 국가와의 우호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지난 4월 ASEM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보여준
지도력을 발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신정부의 국정
기조에 입각한 각종 개혁.개방 정책을 APEC회의를 통해 천명,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제고시키는 한편 향후 APEC의 발전에 대해서도 건설적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역내 협력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APEC에 출범 당시부터
적극 참여해 오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위상에 걸맞는 건설적인 기여 활동
을 전개해 왔다.

1993년부터 시작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나라는 APEC을 통하여
역내국가간 무역.투자 자유화및 경제.기술 협력 문제에 대한 실질 협력관계
의 강화뿐만 아니라 개별 회원국과의 협력 증진기회로 활용해 왔으며
이와 같은 우리의 노력은 APEC 무대를 통해 앞으로도 지속돼 나갈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