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 단어를 모르면 안된다.

바로 사람을 알아야 사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자가 없어 보이는데도 안풀리는 경우가 있고 어려운 일도 술술 풀리는
수가 있는 게 중국이다.

인맥이 그만큼 중요한 사회다.

한국기업들도 그렇지만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은 그래서 중국 고위관료
출신이나 유력인사를 고문으로 두고 있다.

아예 고위층의 친인척을 고용하는 사례도 있다.

베이징 소재의 동진건축유한공사(사장 설명복) 사무실에는 두툼한 돋보기를
낀 67세의 할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핏 설 사장의 어머니로 보기 쉽다.

그러나 설 사장의 어머니가 아니다.

그는 50년동안 인민해방군에서 근무한 군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동진건축에서 하는 역할은 평생동안 생활하면서 사귄 인맥을 이용해
회사일을 돕는 것이다.

동진건축측은 그를 "회사고문"이라고 부른다.

중국내 한국기업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중국인들은 수없이 많다.

한국통신 베이징사무소에도 통신분야의 베테랑이 업무보조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관련분야의 정보수집과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보조요원을 두고 있다.

심지어 소재지의 공안국이나 당간부 친인척을 회사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활동과정에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이들이 나서서 도와준다.

법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경우가 많다.

때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도 이들이 나서면 오해가 풀리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 나가있는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고문의 급여는 대략 2천~3천위안
(한화 32만~48만원 상당)이다.

실적에 따라서 특별급여가 주어지기도 하고 연말에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이름만 걸어놓은 경우엔 이들이 사람을 사귀는 데 드는 제반비용을 제공
한다.

식사비 정도를 제공하는 게 보통이지만 일의 성격에 따라서는 별도의
보상금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이 근무했던 행정기관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어느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세세히
알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는 그 분야나 지역의
유력자를 따로 연결해 둘 필요도 있다.

각 기업의 오너들이 중국에서 고위층을 면담할 때도 연락책을 맡는 것도
이들이다.

한국기업의 고문을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중국에서는 중간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 있으면 일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접근하면 그
반대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사람을 잘 사귀어야 사업이 용이하다고 강조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